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 시리아 내전에서 총 대신 책을 들었던 젊은 저항자들의 감동 실화
델핀 미누이 지음, 임영신 옮김 / 더숲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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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총격전과 폭음이 소용돌이치는 전쟁 속에서 지하로 숨어든 이들이 의기투합해 공공도서관을 만들었다. 다라야는 시리아 반군 거점지라는 이유로 정부군에 의해 봉쇄되어 구호 물품도 조달받지 못한 채 죽음의 공포를 견뎌야 했다. 평화 가득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하여 하나로 결속된 청년들은 다라야의 폐허에서 발견한 책들을 한두 권 주워 모으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암흑 같은 상황을 버텼고, 지하의 은둔생활자들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며 공동체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썼다.

 

   작가는 20151015일부터 201611월까지 다라야에 남아있던 청년들과 인터넷으로 나눈 대화를 기록해 책으로 엮었다. 2011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10대 학생들의 낙서에서 촉발된 정부의 시위대 탄압은 알아사드 정권 퇴진의 도화선이 되어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어 시리아 내전은 끊이지 않았다. 포화 속에서 진실을 알리는 일을 서슴지 않은 아흐마드는 정부군의 폭격에 스러져간 다라야 곳곳을 다니며 보이지 않는 전쟁의 이면을 알리는 데 나섰다.

 

   아흐마드는 황폐한 거리, 폐허로 변해버린 구석에서 발견한 책들을 한 권씩 모으며 책 전달자 역할을 도맡았다. 포탄에 평범한 일상이 깨지고, 폭격으로 거처를 잃고 가족을 잃은 시민들은 불안과 의심이 찾아오는 밤마다 책을 읽으며 전쟁의 소용돌이를 견뎌냈다.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으로 책에 매달리며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들의 바람을 담아 공공도서관을 세웠다.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수단이자 무지를 영원히 몰아내는 방법입니다.’

   낮은 목소리에 의지를 담아 말하는 아부를 연상하며 책과 함께 성장할 우리를 그리게 하였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사라질 내밀한 흔적들을 기록으로 남겨 역사 속에 보존하려는 노력은 전쟁으로 잘려나간 흔적들을 책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실상을 전하며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은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 청년이 있어 가능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집중공습으로 주거지역은 초토화가 되었고, 아흐마드가 아끼는 친구 오마르가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의 평화를 위해 총기를 들고 나선 병사의 희생은 수십만 명으로 늘어났다. 시리아의 평화를 위한 혁명의 에너지로 산화한 오마르는 생전 글쓰기로 또 다른 출구를 찾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는 아흐마드의 말에는 흉포한 내전의 참상을 알린다.

 

   오마르의 죽음으로 다라야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이 다가옴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다라야 시민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대하며 온 들판을 불태우며 이주할 것을 요구하는 정부군의 명령대로 강제 퇴거를 당하였다. 정권의 야욕에 짓밟힌 다라야를 떠나며 지하에 세워둔 도서관 책장 속 책들을 약탈하여 헐값으로 처분한다는 정부군의 만행에 문화적 가치를 홀대하는 야만성을 떠올린다. 전쟁으로 학교를 갈 수 없고, 배움을 주고받을 수 없는 이들에게 책은 문화적 고갱이들로 새로운 세상을 호흡하게 하는 양분으로 작용한다. 아흐마드가 새롭게 이주한 곳에서 이동도서관을 만들어 아이들과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일은 무지를 일깨운 앎으로 새 세상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모태로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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