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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ㅣ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 한 사람으로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의 소중한 가치를 새기며 지난시간보다 나은 사람으로 자리하기 위해 오늘도 책을 읽고 쓴다. 오감을 동원한 글쓰기 습관화를 위해 감성 근육을 키워 가는 데 경험은 가치를 구현한다. 여행지에 머무르며 새 작품을 구상하고 글을 쓰는 이의 진솔한 이야기는 동경하는 세계로 이끈다. 등단 작가로 생활하며 지금까지 해온 인터뷰와 강연, 대담을 재구성한 <<말하다>>를 읽으며 심드렁한 일상에 새로운 에너지를 붓는다.
말 많은 세상에 말로 먹고 사는 생활자로 십대들에게 이런저런 훈수를 두며 자기관리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말만으로는 달라지지 않을 세상에서 자신을 무장하며 지내는 일은 쉽지 않다. 급변하는 시대에 조바심내기보다는 나만의 속도로 어떤 것에도 휘둘리지 않을 용기로 세상을 살아갈 내면의 힘을 기르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한 때, 저자의 한마디는 각성제로 다가온다.
‘비관적으로 세상과 미래를 바라보되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합리적인 의견에 따라주기를 바라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음을 일상에서 알아차린다. 자신 외에 누군가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더라도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일은 자신이 할 수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낙관주의자로 환상적인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비관적 현실주의자로 남을 때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근간을 이룰 수 있다는 작가의 뼈 있는 말에 공감한다.
학군단으로 임관하기를 거부하고 작가로 살고 싶은 작가는 고전 작품을 읽으며 생각의 깊이를 더하며 자신을 지키는 보루로 여겨왔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글을 씀으로써 글을 쓰기 전까지 몰랐거나 외면했던 것들을 직면함으로써 자신을 에워싼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을 즐겼다. 충실한 독자에서 출발한 작가는 생명력이 긴 고전을 읽으며 받은 영향과 쓰고 싶은 내용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고백은 평범하면서도 인상적이다.
한 줌 재로 살라진 혈육의 죽음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누군가의 존재 여부와는 관계없이 세계는 돌아가고 존재한다. 허무의식으로 가득한 세상을 보면서 죽음을 다룬 책들을 읽으며 나를 추스르며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타인으로부터 위로받지 못한 채 지내던 자신도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를 받았다. 작가의 말대로 유한한 인생보다도 수명이 더 긴 이야기는 인류에 오랫동안 남아 여러 사람들의 눈과 입을 통해 전승될 듯하다. 소설가로 살기를 갈망하는 작가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며 글을 쓴다.
서울 외곽의 변두리에 사는 3남매가 교통 불편으로 직장인 서울로 들고 나는 길이 쉽지 않은 가운데 그들만의 색으로 인생을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나의 해방 일지’를 즐겨 시청하며 주말을 보낸다. 공교롭게도 작가는 ‘자기 해방의 글쓰기’를 말한다. 통념을 넘어서는 기괴한 생각을 하며 소설을 쓰거나 작품을 구상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작가의 말은 머릿속에서 소설의 플롯을 그려본다는 뜻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