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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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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나은 삶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여기며 지난 시간을 후회하며 탄식할 때가 있다.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냈다는 자책은 삶의 의미를 갉아먹고 부정적인 생각에 자리를 내어준다.

   ‘자정의 도서관이 존재하는 동안 노라 넌 죽음으로부터 보호받을 거다. 이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해.’

   사서 엘름 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노라에게 죽음을 떠올리기 전에 서가의 책들을 골라 읽으며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고 여겼다. 학창 시절 헤어나기 힘든 시간을 보냈던 도서관에서 엘름 부인의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성인이 되어 다시 사서의 진정성 있는 조언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졌지만 부모는 각자의 생각을 좇아 사느라 자식들에게 깊은 사랑을 전하지 못하였다.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로 커주길 바란 노라 아버지는 딸에게 수영 외의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 딸의 생각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운동선수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자신의 지난날을 보상받으려는 듯 딸에게 수영 선수의 길을 강요하였다. 아버지는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노라의 의지를 묵살한 채 자신의 꿈을 딸에게 이식시켰다. 당시 부모로부터 어떤 정서적 지지도 받기 어려운 학창 시절 노라는 학교 도서관에 박혀 책 속 인물을 만나 대화하며 자신이 살고 싶었던 시간을 그려왔다. 당시 운동장에서 노는 것보다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더 좋았던 그녀였다.

 

   자정이면 열리는 마법의 도서관 서가에 있는 책들 중 특정 책을 꺼내 읽으면 책 속 내용은 노라의 삶으로 시작된다. 서가에서 대기 중인 많은 삶 중 다른 시간대의 삶을 시도해 보라는 사서의 말대로 처음 빼낸 <<후회의 책>>은 제목대로 후회로 맞닿은 내용들로 가득했다. 노라는 먼저 결혼 직전까지 갔다 헤어진 댄과의 일, 라비린스 밴드를 탈퇴한 일, 이지와 오스트레일리아에 함께 못 간 일 등을 떠올렸다. 선택의 총합으로 이뤄지는 인생에 후회하지 않을 일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녀는 <<나의 인생>>을 읽으며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시간을 살고 있었다. 메달 획득과 관계없는 그녀만의 꿈을 좇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바람은 마법의 도서관 책장에서부터 출발하였다.

 

  ‘꿈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고, 상상했던 삶을 살려 노력한다면 일상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월든>>속 구절처럼 삶이라는 여정은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즐비하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일로만 국한한 성공에서 벗어나 소소한 일상이 갖는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행복을 발견하는 길에 함께한다.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우울증을 겪은 엄마는 실패의 패턴을 딸에게 이식해뒀는지도 모를 일이라며 노라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자연과 인류의 문화 등을 폭넓게 다루는 잡지를 통해 삶의 울분을 식힌 아빠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정의 도서관 전력 공급원인 노라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도서관은 위기에 처한다. 도서관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그녀가 선택했던 삶은 모두 다른 사람의 꿈이었다. 수영 선수로 성공한 뒤 국제적인 무대에서 인터뷰한 일은 아빠의 꿈, 라비린스 활동으로 명성을 얻은 일은 오빠의 꿈, 결혼 후 펍은 운영하며 지낸 일은 댄의 꿈 등을 살면서 삶의 희로애락을 느낀 노라는 좋은 경험을 붙잡고 싶었다. 외과의 애쉬와 가정을 이루고 딸 몰리와 함께하는 시간은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죽은 반려묘 볼츠를 발견한 애쉬와 커피 한 잔을 마셨더라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 대신 살고 있는 시간에 행복감을 선물했다.

 

   책을 읽고 자료를 조사하며 내 안의 꿈을 키워가는 곳 도서관이다. 책 읽기를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나와 우리 삶을 바꿔갈 수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죽으려 작정했던 노라는 자정의 도서관에서 다시 살기로 마음먹기에 이르렀다.

  ‘죽고 싶지 않아.’

   이번 생에는 원하지 않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져 죽고만 싶다고 여기다가도 어느 순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로 삼을 때가 있다. 바닥 깊숙이 자리한 마그마가 분출하며 기존의 것들을 파괴하는 화산 활동은 새로운 분화구를 만들어 생명을 불러 모은다. 연락이 끊어졌던 오빠 조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회생의 길로 들어선 동생을 찾았다. 그동안 소원했던 남매의 모습에서 벗어나 서로가 꿈꾸는 시간을 응원하며 새로운 인생을 탐색하는 모습은 책 속 세상과는 다른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노라는 음악 관련 일을 할 때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피아노 교습을 위해 수강생을 모았고, 조 역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용기 있게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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