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맛 - 교정의 숙수가 알뜰살뜰 차려 낸 우리말 움직씨 밥상 한국어 품사 교양서 시리즈 1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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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사는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 또는 작용을 나타내는 말로 문장의 주체가 되는 말의 서술어 기능을 하는 품사로 정의 내린다.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을 다룰 때 동사는 한 문장의 성격을 밝히는 데에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교정을 보면서 전문성을 키워온 저자는 동사의 맛을 육수나 양념에 비유하였다. 다양한 요리에 활용도가 높은 육수, 음식을 만들 때 재료가 가지고 있는 좋은 향기와 맛은 그대로 살리고, 좋지 않은 맛은 상쇄시키기 위한 양념 같은 동사의 감칠맛에 끌렸다.

 

   ‘노랫소리는 악기와 어우러져 한껏 분위기를 돋구었다.’

   는 문장에서 동사가 잘못 쓰여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므로 돋구웠다를 돋우었다로 수정해야 한다. 돋우다는 감정이나 기색 따위를 생겨나게 하다는 뜻을 나타내고, 돋구다는 안경의 도수 따위를 더 높게 하다는 뜻을 나타낸다. 동사의 뜻풀이와 활용형을 밝히고 기본형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예문으로 확인할 수 있어 동사의 쓰임을 명확히 알 수 있어 유용하다. 가려 쓰면 글맛이 나는 동사와 톺아보면 감칠맛 나는 동사로 구분하여 동사를 파헤쳤다.

 

   동사의 정확한 뜻과 쓰임을 알기 위해 국어사전을 즐겨 찾아 미처 알지 못했던 단어의 의미를 인지하고 일상에서 그 단어를 활용하는 글로 내 것으로 만들어 왔다. 적확한 단어 선택을 위해 고심했던 시간을 들여다보며 문장을 통해 글을 다듬는다.

   ‘밥을 먹고 나면 그릇들을 개수통에 담가 놓지 않고 바로 부시곤 했다.’

   가시다: 물 따위로 깨끗이 씻는다.

   부시다: 그릇 따위를 씻어 깨끗하게 하다.

   동사의 기본형의 의미를 풀고, 문장으로 용례를 보이니 이해가 쉽다. 어간에 어미가 붙어 다양하게 쓰이는 동사의 활용으로 다채로운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해 간 도서관에서 표준 국어사전을 들추는 남자와의 만남은 특별한 끈으로 맺어지지 않더라도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살피며 동사의 맛을 집필하는데 함께했다. 흔들리며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을까마는 사연 있는 남자와의 대화가 카메오처럼 등장해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목례로 알은체하며 지나가는 동료에게 미소를 건네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 안부를 묻고 싶은 이 중에는 사전을 들추는 남자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짐을 쌓아 두면 거치적거리니 저 구석으로 옮기라는 말을 들으며 널브러진 책들을 주섬주섬 챙겼다. 물건에 사용하는 동사로 사람에게는 쓰이지 않음을 알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밥을 눌린 누룽지로 저녁을 해결하며 라디오 방송을 귀담아들으니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 나왔다. 동사의 당하는 말은 기본형이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있는 낱말인지 살피고, 두 번 당하는 말이 되지 않도록 써야 한다. 잊힌 역사를 다시 기억해야 한다는 문장 표현처럼 불리다 역시 불려지다로 쓰면 안 된다. 겨울철이 되면 땅기는 피부에 수분을 보충해줘야 하는 것처럼 동사를 바르게 쓰려는 노력은 글을 쓸 때 전제되어야 한다.

 

   내키는 일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팔을 걷어붙이는 편이지만 마음이 쏠리지 않으면 엇나간 행동으로 주변의 불안을 살 때가 있다. 자기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며 동사의 참맛을 찾아 생각이 산산조각 나기 전에 표현한다. 내리치는 번개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결정한 일이라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일을 매조지을 필요가 있다. 입을 벌리고 논쟁을 벌이며 시간을 허비하기에는 새롭게 활용할 동사들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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