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소원 ink books 2
조 사이플 지음, 이순영 옮김 / 써네스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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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술사는 눈속임과 날랜 손재주로 관객들의 눈을 속이며 기대감을 드높인다. 공연장에서 봤던 마술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경우를 우연이 필연을 낳는 일로 치부할 때가 있다. 아들 둘을 떠나보내고 사랑하는 아내 제니를 떠나보낸 뒤 사랑하는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공간에 머리 맥브라이드는 홀로 남겨졌다. 친구들도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고 그의 주변에는 손자 챈스가 있지만 그는 욕심이 많은 손자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머리의 100번째 생일, 주치의 키튼 박사의 진료를 받으며 나이 들어 삶에 지친 이도 살아갈 이유를 찾을 가능이 있음을 전해 들었다.

 

   아내와의 사별 후 머리는 아내 제니를 다시 만나는 바람으로 죽음에 이르는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는지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였다.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죽음의 문턱이 가까운 100세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두 아들에게는 책을 읽어주지 못하였지만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준다면 보람이 있을 듯해 머리는 아동병원으로 항하였다. 간병으로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보호자에게 쉼을 주고 자신이 아동에게 책을 읽어 줄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살아 움직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자 사는 동안 가족에게 못해 준 것들이 떠올라 짧은 시간이더라도 행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다.

 

   구겨진 포스트잇에 쓰인 메모 심장이 죽어서 내가 하늘나라에 가기 전에 하고 싶은 다섯 가지를 보며 머리는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된다. 그 메모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1. 여자애와 키스하기(입술에)

 2.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장에서 홈런치기

 3. 슈퍼히어로 되기

 4. 엄마에게 멋진 남자친구 찾아주기

 5. 진짜 마술하기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소원에 관한 메모일 수 있겠지만 산소를 마시지 않으면 1~2분을 견디지 못하는 제이슨에게는 이루기 쉽지 않은 소원이다. 심장 이식을 받지 않으면 몇 개월 살지 못하는 열 살 소년이 이루고 싶은 다섯 가지 소원이 실현되도록 도울 것이라는 꿈이 머리에게는 생겼다.

 

   가끔 찾아오는 손자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홀로 힘들게 살지 말고 앞으로 요양원에서 생활하기를 바란다. 시카고 컵스 야구 선수로 활약한 머리의 상징물은 청춘 시절의 팔딱거리는 심장의 일면을 담고 있다. 세상을 떠난 아들들과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공간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할아버지에게 손자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폐질환을 앓는 머리는 약을 복용하면서 지내고 움직임에도 불편함이 있는 늙은이이지만 산소통이 없으면 호흡이 힘든 열 살 제인스의 꿈을 실현하도록 돕고 싶었다. 삶의 이유를 찾은 머리는 쉽지 않은 일들을 실천으로 옮긴다. 모든 것이 서툰 100세 노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머리는 제인스와 이메일로 마음을 전하며 소통하여 갔다. 제이슨의 다섯 가지 소원을 이룰 많은 방법을 강구하며 하나하나 실천해가는 모습에서는 용기 있는 100세 노인의 전범으로 여겨졌다.

 

  ‘젊음을 경험하고 싶다면, 살아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

  유품처럼 남은 낡은 자동차 셰비를 몰고 제인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치어리더에게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키스하기에 성공하자 둘은 어느새 다음 계획을 위한 걸음을 떼었다. 무면허 운전을 위장하기 위해 속력을 내는 등 위험을 감수하면서 시카고에 있는 야구장에 도착하였다.

   ‘에스(Strong)-(Brave)-케이(Kind)’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떠나온 델라는 딸 티어건에게 어떻게 살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용기 있게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티어건은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홈런을 칠 수 있는 길에 함께하였다. 머리는 이 일로 아동 유괴범으로 붙잡힐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제이슨이 홈런을 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제이슨은 쓰러지고 말았다. 제이슨이 시카고 병원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동안 머리는 아동 유괴범으로 구속되었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제이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힘들 때마다 머리는 제임스 신부를 찾아 심경을 드러내며 이런저런 조언을 얻는다.

   ‘머리, 자신을 찾으세요. 그러면 미래의 길을 찾게 될 겁니다.’

    아동 유괴범으로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터라 엄두도 내지 못할 때 신부의 조언은 제이슨 아빠의 집을 찾아 대화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지금 아이에게는 아빠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하루하루가 기적 같은 삶이 이어지고 있는 아들의 처지를 말하였다. 이 일을 계기로 머리의 접근 금지 명령은 풀려 시카고 병원으로 갈 수 있었다. 의료진도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살아있는 제이슨은 머리가 전해달라고 부탁한 1934 탑스 카드를 움켜쥐고 있었다. 다시 만난 둘은 병상에 나란히 누워 서로를 바라보며 죽음을 관조한다.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절감한 머리는 자신의 심장을 제이슨에게 이식해달라고 애원하지만 불가하다는 의료진 말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지만 제이슨이 곧 심장이식을 받을 것이라는 소리에 기대가 컸다.

   심장 수술을 받은 제이슨은 살아나 건강을 회복 중이고 머리는 이생에서 해야 할 일들을 마친 듯 편안하게 죽음을 기다린다. 아들들이 어렸을 때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성찰하며 그 시절 아들 같은 제이슨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였다. 끊임없이 혈액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면서 혈액을 온몸으로 이동하는 심장은 우리를 살게 한다면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은 기적을 낳기도 한다. 100세 노인이지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쉽지 않은 걸음을 떼는 일은 한 생명체에 대한 뜨거운 사랑의 실천이었다. 제이슨이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하며 슈퍼히어로는 거창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였듯이 누군가가 살아갈 힘을 얻는 것만으로도 삶을 지속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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