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 '보는' 사람을 '읽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관하여 땅콩문고
김겨울 지음 / 유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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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귀하던 시절 동네 언니네 책상 위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고 부러워한 적이 있다. 처음으로 소유했던 교과서 외에 다른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때라 교과서 외의 다른 책이 열을 맞춰 제목을 드러내고 있어 생경했다. 그 중에서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말했던 소설 노인과 바다를 한번 읽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언니는 그 책을 선뜻 꺼내 주었다. 꼬마전구 불빛 아래 소설을 읽으며 산티아고 노인이 청새치와 붙어 한판 승부를 겨룰 때는 노인이 바다 속으로 끌려갈까 조마조마하던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지금도 선연하다. 누군가에게 책을 권하는 이의 마음은 그 시절 읽은 책을 함께 읽고 공감하고 싶은 욕구에서 나왔을 것이다.

 

   2020년 전례 없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으며 이 사태가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비말을 통해 감염되는 상황에서 대면 접촉을 피하고 기본 생활 수칙을 잘 지켜야 하는 때, 다양한 콘텐츠가 담긴 온라인 플랫폼이 사람들의 연결 고리로 작용한다. 3월 학기 시작은 미뤄졌고 등교 수업이 시작될 때까지 원격 수업을 진행하며 교실이 없는 곳에서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는 시대에 진입하였다.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던 수험생처럼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에 동참해야 했다.

 

   시청각 영상 자료에 익숙한 세대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치 등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얻으며 지낸다. 활자와 점점 멀어져 가는 아이들이 관심을 끌 만한 북튜버를 찾다 만난 겨울서점이다.

  -겨울서점 Winter Bookstore구독자 16.2만 명-

책을 들고 내용을 간단히 전하는 방식으로 책 읽기를 권하기보다는 동영상 자료에 친숙한 학생들에게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새로운 책을 만나는 일이 더 낫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콘셉트별로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북튜브 채널에 계정을 만들고 활동하며 북튜버로 정체성을 찾는 작가는 구독자와 소통하는 일에 비중을 두고 영상의 대표 이미지인 섬네일에도 신경을 쓰며 활동 중이다.

 

   수십 개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며 각 채널의 역동성과 관계성 등을 탐색하며, 북튜버를 꿈꾼다면 책을 만지고 읽고 느끼며 책을 가까이하는 생활인으로 존재해야 함을 일깨운다. 책에 대한 사랑을 맘껏 표출할 수 있는 책들의 이상향을 그리며 북튜버로 나선 작가는 얼굴을 드러내는 직접 나와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촬영해 구독자와의 친밀감을 유지해왔다. 북튜브 제작에 필요한 필수 장비인 책, 컴퓨터, 편집프로그램과 선택 사항인 카메라, 마이크, 조명, 웹갬 등의 기능을 소개하며 북튜버의 일주일을 선보인다. 영상 기획과 촬영, 편집을 홀로 행하는 작가는 목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영상을 제작해 화요일 정오에 자료를 올린다.

 

   ‘어디까지 준비하느냐

    작가는 내용이 탄탄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소개하는 책의 저자가 쓴 다른 글을 더 읽고 내용의 질을 높였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의 접점을 찾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영상에 책을 어떻게 이식시킬 것인지를 작가는 기획 포인트로 삼았다. 시청자가 영상에 참여할 수 있는 북튜브 제작을 위해 스크립트를 구상한 뒤 촬영한 뒤 편집에 편집을 거쳐 업로드하고, 시청자가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작가는 편집호흡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영상을 올린 뒤 영상을 끝까지 본 조회율, 어떤 영상이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지 등의 통계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채널 성장 전략을 수립한다니 겨울서점의 정체성 정립에도 도움 되는 자료로 보인다.

 

   영상을 많이 보고 자란 세대답게 1인 유튜버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많다. 유튜브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구독자 수 1천 명과 시청 시간 4천 시간이라는 최소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니 유튜버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익 창출을 위해 많은 유튜버가 더 많은 사람이 더 오랫동안 자신의 콘텐츠를 보도록 온 신경을 모아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이다. 준비시간이 긴 북튜버가 스트리밍처럼 생방송을 매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상황에서 질 좋은 콘텐츠로 구독자를 천천히 늘려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랜선으로 전하는 책 이야기를 듣고 힘든 상황을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는 감사의 글을 접할 때는 눈물을 흘리는 감성의 소유자이다.

 

   한 권의 책을 매개로 선한 삶의 의지를 더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을 때 이 세상을 더욱 살 만한 세상이 될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책을 읽고 쓴다. 디지털 문명 세대와는 다르게 메모하며 책을 읽고 내용을 생각하며 의견을 덧붙여 블로그에 표현하며 지내면서도 북튜버 채널을 기웃거리며 탐색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고정적인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직장인으로 십대들과 귀한 인연을 맺고 책과 함께하는 일상에 변화를 불어넣고 싶어서이다. 1년 정도는 유튜브로 버는 돈이 없어도 꾸준히 영상을 제작하고 다양한 영상을 보면서 한 우물을 깊게 판 덕분에 작가는 북튜버로 자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핍을 채우며 좋아하는 책과 글을 업으로 삼은 겨울서점에 부는 훈훈한 바람을 타고 책 이야기를 주고받는 이들이 늘어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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