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길을 가다 - 실천적 사회학자 장 지글러의 인문학적 자서전
장 지글러 지음, 모명숙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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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천하는 사회학자로 도덕적 양심을 견지하고 기아 퇴치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저자의 글을 접한 뒤 선한 의지로 나눔을 함께하며 살았는지 돌아본다. 다국적 자본에 저항하는 노조들, 관계 단절로 탈인간화가 가속화된 현실에 비정부조직들과의 세계적인 연대로 맞설 용기를 내야 할 때임을 일깨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인간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므로 서로에게 형제자매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

국제연합 총회가 채택한 인권선언 제1조는 각자의 행복과 자유로운 발전을 위한 전제로 작용한다. 올린다를 여행하던 중 저자는 병든 부모와 동생을 대신해 가장으로 땅콩을 파는 아이에게 한 끼를 챙겨주었을 뿐, 더 이상의 적극적 조치는 하지 않았다. 공적인 업무 수행을 명분으로 절대적 빈곤에 짓눌려 사는 아이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인간은 다른 인간들의 도움이 있어야만 살아가고 성장하며 발전한다.’

  는 사상가의 말처럼 삶의 의미는 생겨나고 합성되면서 가치를 드러낸다.

저자는 지식인으로서 머리로는 잘못된 질서를 거부하지만 실제로는 그 질서에 적응하면 잘못된 질서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했음을 고백하였다.

 

   ‘우리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경제적?정치적?사회적 요인을 폭로하여 관련된 이해관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여 죄 있는 자들을 지적하는 길을 걸어왔다.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선한 인간들의 침묵에 기인하였음을 가리키며 지식인은 결코 중립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야만적 세계질서를 구축하는 신자유주의의 극심한 폐해를 직시하고, 재화를 사유화하는 일을 도입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은 깊어져 인간의 불평등은 고착화되었다. 비밀 유지가 가능한 스위스 은행에 검은 돈을 예금하고 탈세를 일삼는 거대 자본가들의 부정적인 축재는 신자유주의 아래 금권 결탁으로 공고해졌다.

 

   고유한 논리를 토대로 세워지고 일관성 있는 담론적 이성이 내재하는 상징체계인 이념 중 옳은 이념은 인간의 해방과 자결, 인간화를 촉진한다.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을 일삼고 방만한 국가 정책을 양산하는 정치 권력의 부패,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 경제 구조 등은 인간의 정체성을 파괴하여왔다. 루카치는 인간을 상품사회에서 작용하는 기능으로 한정 짓는 소외를 적시하며 자본주의 구조에서는 교환가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노동력을 인간은 팔아왔다.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초국가적 강제 규제 장치를 하나씩 하나씩 설립해 나간 유럽연합은 다른 계급을 억압하는 조직화된 폭력으로 드러났다. EU 위원회에서는 덤핑을 조직해 자국의 이윤을 챙기며 아프리카 지역 농업을 초토화하여 유럽 국경 아래로 유랑하는 이들을 파생하였다. 세계화된 금융자본의 권력 신장은 약자들을 위한 보루였던 국가마저 짓밟아 시민들을 큰 사회적 위험으로 몰아넣었다.

 

   크고 작은 서구 열강들은 아프리카를 임의로 차지하고는 아프리카 대륙을 잘게 자르고, 아프리카 민족들을 분산시키며 그들의 문화적 전통을 아우르는 집단적 정체성을 파괴하였다. 열강들은 이익을 앞세워 아프리카를 약탈해 많은 땅과 숲을 빼앗았으며, 다수의 사람을 노획물처럼 잡아갔다. 유럽의 경쟁국들은 베를린회의를 통해 최초 정복자의 권리가 유효하다는 점을 확정하였다. 식민 통치자들의 이익과 판단에 아프리카의 문화를 말살하고 문명을 파괴하며 민족의 정체성을 짓밟았다. 아프리카 인구의 35.2%는 극심한 만성 영양실조로 고통받으며 대수롭지 않은 전염병 창궐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포함한 삶의 본질까지 흐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불평등과 억압의 정치·경제·사회적 원인을 분석한 뒤 불평등을 해소하는 대결 의지로 정의로운 세상을 실현하는 길에 일관한 저자는 지금 내가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묻는다. 자기의 삶을 스스로 조직하고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하며, 인간의 실존을 저해하는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율성은 한 인간의 존재를 뒷받침한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며 타인과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는 인류의 사회질서를 만들어가는 일은 선한 의지를 지닌 양심에서 싹을 틔운다.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사회학자의 실천은 대결과 전쟁, 파괴 등을 근거로 한 자본의 논리 대신 인간들의 상보성과 호혜성에 기반을 둔 연대성의 논리로 나아가는 길에 희망의 빛을 투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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