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가 옳았다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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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살아가는 우리 삶의 길은 다양한 형태로 시간의 영속성에 놓인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名可名 非常名

()를 도라고 말하면, 그것은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 이름을 이름지우면 그것은 늘 그러한 이름이 아니다.

   노자는 영원불변의 도는 존재하지 않고 모든 존재는 변화 속에서 존재한다고 여기며, 인간의 언어나 관념이 실재의 모습을 나타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노자는 변화를 긍정하고 불변의 허구성을 부정한다. 도를 도라고 말하는 것이 진리의 척도가 될 수 없다는 노자는 명과 짝을 이루는 지고의 개념을 상()이라고 보았다. 상은 관념이나 개념이 아닌 변화?변통?생성?무제약을 뜻하는 창발을 담고 있다. 노자 도덕경의 핵심이라 할 제 1장의 사상적 핵심을 짚어 초원 이충익과 박세당의 해석을 견주어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펴나갔다.

 

   ‘是以聖人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지상의 가장 바람직한 이상적 통치자인 성인을 위해 집필된 노자도덕경의 덕목은 당쟁을 일삼으며 국민을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는 정치인들에 대한 아쉬움이 커진다. 상도에 대한 진실을 확신하는 자는 인생살이에 있어서도 언()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려 하지 않았다. 무위라는 말에는 무()적인 함을 하는 것으로 우주생명과 합치되는 창조적인 함이 담겨있다고 보았다. 상도를 구현하는 성인은 말함이 없는 가르침을 행하는 이상적인 통치자로 말 없는 솔선수범으로 세상을 다스린 사람으로 귀결된다. 신험이 부족한 곳에는 불신이 싹트게 마련이므로 통치자들의 말의 신험은 큰 의미를 갖는다.

 

   로고스로 시작되고 우주의 종말인 재림으로 차단되는 시간의 감옥 속에서 인간은 독단의 노예로 전락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종교 활동을 함께하는 신도들이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의 온상이었던 사실을 이를 입증한다. 종교적 속박에[서 벗어나 노자의 심오한 사상에 경도된 저자는 50년 동안 노자 철학을 연구해 왔다. 저자는 노자의 우주는 카오스의 물()에서 시작하여 도()의 개방으로 끝남을 적시했다.

   ‘故善人者, 不善人之師 不善人者 善人之資

   그러므로 좋은 사람은 좋지 못한 사람의 스승이며, 좋지 못한 사람은 좋은 사람의 거울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삶의 지표로 삼아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함을 27장에서는 뜻을 품는다. 인간의 욕망은 생명의 근원이며, 그것이 있어 무질서와 조화의 통합적 과정이 가능해진다. 1장에서 37장에 이르는 길의 성격은 성인이 무위를 실천하고 허를 극대화시키면 천하는 안정될 것이라 분명히 했다.

 

   지금껏 노자의 사상을 무위자연 사상으로만 여기며 상충하는 일을 막고 피함으로써 평화를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여겨왔음이 무색해진다. 상덕(上德)으로 시작하는 도덕경 38장에서는 인류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담는다. 도와 덕을 화해 통일시키는 데 관심이 많은 노자는 자주 명예를 얻는 지경에 이르게 되면 오히려 명예가 사라짐을 강조했다. 40장에서는 제 1장 전체 내용을 압축적으로 기술하며 그 흐름을 역전하였다.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

   ‘하늘 아래 만물이 모두 유에서 생겨나는도다. 그러나 유는 무에서 생겨나는도다.’

   이 움직임에는 허의 창조력을 의미하는 약()의 기능이 있어야 한다. 허가 있어야 순환이 가능해지고 약이 있어야 새로움이 개입됨을 분명히 했다.

 

   더 큰 명예를 탐하여 끝 모르게 가다 자멸하고 만 사례가 즐비하다. 끝 간 데모를 욕심 아래 분수를 지키지 않으면 욕됨을 얻게 된다

.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도덕경 제 44장의 가르침은 존재의 근원인 몸을 보전하는 일은 이름과 재화를 얻으려다 망신(亡身)하는 인간의 비극적인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人之生 氣之聚也 聚卽爲生 散卽爲死

   기의 뭉침과 흩어짐으로 생사를 말한 노자는 노년까지 기의 쏠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하며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물질문명의 극대화로 자본주의의 야수성을 보이는 시대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극심해지고 있다. 전례 없는 코로나 19사태를 겪으며 자본의 양극화를 어떻게 줄이며 빈자나 약자가 함께 잘사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노자의 사상은 함께할 수 있다. 빈 마음으로 순수성을 견지하는 어린이의 순순함을 회복할 때, 덕성의 궁극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0년 전 노자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철학을 시작해온 저자는 기존의 노자 철학을 밝힌 해석의 용례를 들어 노자 사상의 핵심을 짚어 내려했다. 싸움을 잘하는 자는 노여움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68장의 가르침은 부쟁(不爭)의 미덕을 위해 갖춰야 할 인간의 태도를 담았다. 노자는 겸퇴(謙退)무쟁의 반전 사상가로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군대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노자는 형이상학의 폭력을 거부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와 지속의 항상성을 천명한다.

 

   ‘弱之勝强 柔之勝剛

   어떤 것과 부딪치고 어떤 것에 공격을 받아도 맞서 저항하는 일 없이 그 모양대로 변화하다 다시 물의 부드럽고 연약한 속성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어떤 이가 자신을 욕해도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상대를 비방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태도를 물에게서 배운다. 노자의 유약함은 모든 견강함을 이길 수 있는 힘이다.

   ‘聖人不積

   旣以爲人 己愈有, 旣以與人 己愈多

   재화를 쌓아두지 않을수록 더 많이 소유하게 된다는 말은 정치가의 이상형인 성인(聖人)이 되는 길을 극명히 드러낸다. 소유욕에서 벗어나 소비를 줄이며 필요한 곳에 재화를 베풀어 부쟁(不爭)하면서 인류가 상생하는 길을 찾아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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