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사가 세상을 바꾼다 - 틱낫한이 전하는 교실 속 명상 안내서
틱낫한.캐서린 위어 지음, 정윤희 옮김 / 해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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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5년 남짓 근무했던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학습하는 시간을 늘려 생활하느라 에너지 소비가 많았다. 별다른 준비 없이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절제력 없는 과잉 행동으로 치달았다. 교사의 한 소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엉뚱한 말들은 소음으로 이어졌고 급기야는 훈계 위주의 수업을 초래하였다. 달라진 교육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이해하려 해도 인내는 바닥을 드러내고 교사의 볼멘소리는 이어지고 수업 스트레스는 늘어났다.

 

   이성적 사고를 토대로 행동하지 않았던 행동들은 쌓여 습관을 이뤘고 단기간에 그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 시간, 아이들을 다잡으려는 교사들의 경직된 언행은 가속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별 통제를 받지 않고 거침없이 행하며 지냈던 아이 서너 명은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고, 교사는 품위 있게 행동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뱉기를 반복하며 자기 최면을 걸어보지만 일은 감정적으로 흘러갈 때가 있어 자괴감이 들곤 하였다.

 

   영적 지도자인 틱낫한 스님은 수행 공동체 플럼빌리지에 머무르며 마음다함이 호흡을 통해 우리 마음을 몸과 하나가 되도록 해 개인과 사회가 평화로지는 가르침을 나누고 있다. 교육공동체 구성원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애정을 담아 말하는 법을 학생들과 함께 연습하며 학교에서 즐겁게 생활하여 행복해지는 길을 찾는다. 마음다함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가운데 진정한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행이다. 어디에 있든 현재에 닿을 수 있도록 이끄는 올바른 마음 다함은 구성원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을 이룬다.

 

   지난밤 창문을 흔들던 바람은 자고 어느새 말간 햇살이 창을 두드리는 기척에 일어나니 새벽 5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탱화 속 부처님을 향해 깨어나 움직일 수 있다는 데에 고마움의 삼배를 드리고 오늘 하루를 선물로 여기며 몸과 마음을 다듬는다. 아침 운동하는 남편을 배웅한 뒤 쌀을 씻어 밥솥에 안친 뒤 제철 먹거리를 다듬어 반찬을 준비한다.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묵묵히 행하며 10대들과 만나는 일이 기다려지는 시간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역경들을 고요하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지혜로운 통찰력을 길러 마음 근육이 실팍해지길 바란다.

   ‘서두를 것 없다.’

   라는 플럼 빌리지 정신에 따라 마음다함 명상의 이점을 과장하지 않고 지금까지 여러 단체의 수행을 통해 찾아낸 바를 함께 나누며 전인 교육을 추구한다. 마음다함의 줄기에 해당하는 들숨과 날숨을 즐기는 호흡으로 깨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몸과 마음을 고요히 해 순간순간 일어나는 일을 너그러이 받아들여 집중력을 기른다. 평화와 행복을 위한 마음다함의 종소리를 초대하여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앉기와 걷기, 먹기, 감정 다스리기 등의 핵심 수행으로 더불어 존재하는 마음다함 훈련을 거친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한 채 돌아다니는 학생의 행동을 그르다고 판단하는 이원론적 시각에서 벗어나 학생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접근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교사 스스로 안정된 상태에서 아이의 행동에 숨어 있는 의미를 찾고, 학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집중해 대안을 모색한다. 마음다함 수행의 의미는 학생들이 가치 있게 행동하며 건전한 사회정서기술을 함양하는 데 있다.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잘 인식하고, 감각적 인식을 예민하게 가다듬어 귀 기울여 들으며 다정하게 말하는 능력을 기르는 명상 수행은 가치 있는 관계를 증진하는 데에도 도움 될 것이다.

 

   열네 살 소년들의 언행에 상처를 주고받으며 가중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지친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치유의 시간을 늘려갔다. 마음 회복 교육을 통해 들추고 싶지 않은 상처를 직시하며 자신을 다독이고, 타인의 아픈 마음을 이해하며 나와 타인에게 사랑과 자비를 더하는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말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의 소소한 행동을 칭찬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시간 속에 진전은 있었다. 눈살 찌푸리며 설익은 과일을 맛보던 결핍의 시간을 떠올리며 아이의 행동 변화를 여유 있게 기다리는 시간도 늘어났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해결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해결하기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자고 마음먹으니 출근길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오랫동안 길들여진 습관을 고치기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일에는 부단한 노력이 따라야 한다.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분노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화가 났음을 인지해 특정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는 마음을 모은다. 나와 타인의 고통에 대한 몰이해로 분노가 일어남을 알고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 내면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서로 다정하게 말한다. 소중한 생명체를 살생하지 않고 존중하며, 사회적 불평등과 억압에서 고통이 생겨나는 것을 알아 이해와 자비로 이 순간에 행복할 길을 찾는다. 욕망에 사로잡혀 소비에 몰두하며 괴로움을 벗어나려는 태도를 탈피해 지금 이 순간 집중력 있는 통찰로 평화와 기쁨을 보존할 수 있는 마음다함 훈련을 반복한다.

서두를 필요 없다

행복은 지금 여기 있다

나는 걱정을 내려놓았다

갈 곳도, 할 일도 없다

더 이상 서두르지 않는다

 

행복은 지금 여기 있다

나는 걱정을 내려놓았다

어디론가 가고, 무언가 한다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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