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심리학 - 까칠하고 연약해 보여도 중심은 단단하게
정철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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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모바일로 소통하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능통한 1990년생들의 사회적 움직임이 재조명되고 있다. 90년생들은 국제 금융 위기 이후 고용 감소로 경제적 독립이 힘든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어학 성적, 자격증, 인턴 경험 등의 스펙을 쌓느라 자신을 돌아보며 내면을 살피는 일에 소홀한 편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규직으로 안정적인 출발선에 서고 싶은 바람과는 달리 취업 전선의 현실은 냉혹하다. 경력의 뫼비우스의 띠라는 말처럼 경력이 없으니 취업할 수 없고, 취업 못 하니 경력을 쌓을 수도 없는 설사가상의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직장에서의 경력이 없으면 고용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시대에 살얼음판을 내딛는 것처럼 불안감에 싸여 일하는 90년생들의 위기의식은 커 보인다.

 

   청년 취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프리터족은 특정한 직업 없이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전형이다. 꿈을 접었다 펼쳤다 우왕좌왕하며 지내느라 연애, 결혼, 주택 구입 등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불확실한 미래에 저당 잡힌 채 현재적 삶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나선다. 맛 집을 탐방한 뒤 찍은 사진을 올리고 타인의 댓글과 이모티콘을 보면서 인증 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며 지내는 일상에서도 헛헛함은 자리한다. 실제 자기와 이상 자기의 차이는 우울을 부르고, 실제 자기와 당위 자기의 차이는 불안을 유발한다는 심리학적 가르침은 내면을 살피며 살아갈 때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줄어들 것이다.

 

   신체적으로는 어른임에도 심리적?사회적으로 미성숙한 이들은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불편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고독을 견디지 못해 바깥으로 시선을 향하며 욕망을 분출하고 탐닉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어른으로 제몫을 다하며 사는 일이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융은 바르게 성장한 어른을 '자연스러운 아이(the natural child)' 또는 '놀라운 아이(wonder child)' 라고 불렀다니 어른은 아이의 연장선으로 좀 더 성숙한 아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힘들었던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마음 아파하기보다는 내 안의 어른 아이(adult child,)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일이 우선이다.

 

   내면의 자아를 이해하며 삶에 대한 통제력을 키워 성숙한 자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로 타인과 이 세상을 이해하며 살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립되어 살 수 없는 세상에서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법을 배우며 사회 속 일원으로 자리하며 유연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수면 위로 드러나는 성격을 먼저 이해한 뒤 내면의 자아를 이해함으로써 팽창된 페르소나가 초래하는 혼란을 막을 수가 있다. 내향성·외향성이든 어느 성격이 더 좋고 나쁘다고 단언할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의 기질과 성격을 정확히 이해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고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며 살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자아의 이미지를 구축한 밀레니얼 세대는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더라도 자신을 믿고 자기 역량을 계발하는 일에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인생은 선택의 총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인생이 달라진다. 오늘의 내 행동이 미래의 나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선택을 신중히 하여 회한을 덜 남기려 노력할 때 인생은 조금씩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잘 안 되더라도 구상한 일을 시도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걸음으로써 체득하는 경험은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한다. 코로나19로 휴직 중인 93년생 딸과 그 친구들이 직장인 배움 카드로 역량 계발에 힘쓰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발견한다. 배움의 열기로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을 잠재우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통찰력을 읽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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