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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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1인 생활 확산으로 사회 여러 면에서 변화를 가져오는데 여러 형태 중 하나가 주거 형태의 변화다. 셰어(share)와 하우스(house)의 합성어인 셰어하우스의 확산은 여럿이 집을 공유하며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은 따로 사용하지만, 거실·화장실·욕실 등을 공유하는 생활 방식 확대를 의미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야간에 일하는 간호사는 자신이 일하러 간 동안 아파트(방과 침대)를 셰어한다는 광고를 냈다. 이를 본 티피는 한 달에 350파운드를 내고 시간대를 달리하는 한 집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아파트 주인인 리언은 계획된 범죄의 희생양으로 복역 중인 동생 리치의 변호인에게 줄 수임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에서 시간대를 달리한 티피와 리언의 한집살이는 이로써 시작되었다.

 

   실용 도서를 만드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는 티피는 저스틴과 이별 후 혼자가 되면 아주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말로 자기를 위로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상쇄하여 갔다. 저스틴은 첫 순간부터 티피의 마음을 사로잡아서인지 자기 본위대로 움직이며 티피와 사귀면서 둘은 숱한 다툼과 이별을 반복하였다. 딴 여자를 찾아 떠난 저스틴은 티피의 직장 동료에게 접근해서는 그녀의 행적을 찾아 나섰다. 저스틴은 용의주도한 계획으로 이뤄진 티피와의 만남은 그녀를 곤란하게 했고, 다시 그녀에게 돌아와서는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애걸한다. 출판 기념회가 열리던 유람선에서 저스틴을 마주쳤을 때부터 그녀의 집 앞에 거대한 꽃다발을 갖다 놓은 일, 다른 곳에서의 출판 기념회까지 찾아와 일을 벌였다. 그는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주는 스토커로 집착이 낳은 이지러진 사랑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불가피한 고통의 시간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리언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티피와 다른 시간대에 같은 공간을 점유함으로써 그의 일상적인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여러 남자와 사귀며 지내온 어머니를 보면서 허허로웠던 리언은 동생 리치와 마음을 터놓으며 형제애가 두터웠다. 그는 무장 강도 혐의를 받고 수감 중인 가공된 죄인 리치의 무죄를 입증하는 일에 관심이 쏠렸다. 속박의 시간을 보내는 리치는 전하고 싶은 내용을 편지에 담아 리언과 소통하였고 그 내용을 티피와 공유하였으며, 티피 역시 리언과 포스트잇 쪽지를 주고받는 가운데 두 사람의 일상을 담아갔다. 리언이 동생 리치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를 사랑하지 않는 케이와는 결별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기품 없는 말들이 무성한 시대에 상대를 떠올리며 전하는 메시지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영양가 없는 말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며 절제하는 삶에 익숙한 리언은 포스트잇에 일상을 담으며 티피에게 자신의 심경을 전하였고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인생을 공유해갔다. 일 마치고 들어오는 이를 배려하는 음식은 다채로운 것들로 채워졌고, 둘은 준비한 음식을 맛보며 함께하는 생활에 물들어갔다. 쪽지 하나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는 티피와 리언은 서로의 영역에 서서히 침범하며 그들만의 인생을 채워갔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로 일상의 균열이 일어나고, 되돌릴 수 없는 일은 금기의 벽을 허물어 관계가 좋아지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케이와 헤어진 뒤 시간이 남아돈 리언은 욕조 안에서 속옷 차림의 티피와 마주친 뒤 셰어하우스 첫 번째 조건을 파기한 둘만의 비밀은 서로를 향한 그리움으로 작용했다.

 

 

   ‘뇌는 고통에서 스스로를 구해내려고 신기한 일을 참 많이 해. 너도 모르는 사이에 비밀을 지키려고 있는 힘을 다 쓰기도 하고…….’(212)

   청춘 시절을 함께 보낸 삼총사 티피·거티·는 서로의 인생에 깊이 관여하며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힘들어하던 티피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은 두 친구는 우정의 진가를 가늠케 한다. 리치의 무죄를 변론하는 일에 적극적인 거티는 항소심에서 결정적인 단서로 그가 무죄임을 끌어내려 온 힘을 다했다. 이전의 변호인 살과는 대조적인 거티의 모습은 일이 잘 풀려 리치가 무혐의로 풀려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설레게 하였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프라이어 씨는 전쟁 중 같은 연대에서 복무했던 조니 화이트를 만나고 싶은 바람이 컸다. 그를 찾아 빅토리아역에서 브라이턴역으로 가는 길에 리언과 티피는 동행하였다. 생을 마감하는 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고 싶은 프라이어 씨의 소망을 현실화하는데 둘은 다리 역할을 자청하였다. 마음 씀이 넉넉한 리언은 호스피스 병동에 머무르는 환자들을 정성으로 돌보는 간호사로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길에 기꺼이 나섰다. 하지만 그는 티피에게 빠져 있지만 서두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서 수동적으로 다가설 뿐이다.  

  

 

   휴정 중, 출간 행사에 참석한 티피가 저스틴의 청혼을 승낙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을 보고 리언의 기쁨과 설렘은 반감되었다. 티피의 전 남친 저스틴은 대중 앞에서 기습적으로 그녀와의 결혼을 조작하였지만 리언은 그 사실을 몰랐다. 영상에 비친 장면을 믿을 수 없는 리언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으나 리치의 항소심이 열리는 법정에서 이탈할 수가 없었다. 재판정에서 무죄 선고에 대한 희망으로 빛나는 리치의 눈은 밝게 빛났으나 리언은 백일몽을 꾸는 기분으로 그에게 기계적인 미소를 보낼 뿐이었다. 티피의 마음을 믿고 싶었지만 동영상 자료는 저스틴의 청혼을 수락하는 티피로 보일 뿐이다.

 

 

   ‘자신을 구할 사람은 자신뿐임을 상기한다. 남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당사자가 준비되었을 때 옆에서 도와주는 것뿐이다.’(419)

   깨어 있는 시간 티피는 대부분 리언을 생각하며 보냈고, 리언 역시 티피를 그리워하면서도 저스틴이 놓은 덫에 걸려 감정의 파고를 넘나들며 허우적거렸다. 동영상에 대한 오해로 냉각된 둘은 마침내 그 자료가 저스틴의 계략에서 나온 것임을 알아차리고 관계 회복에 나섰다. 서로에 대한 열망과 갈증을 덮고 인고하던 시간을 끝내고 사랑을 키워가는 연인으로 자리했다. 범죄를 조장하는 시스템의 희생양이 된 리치는 수감 생활을 버티기 위해 감옥에 있는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언젠가는 질곡의 시간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항소심이 열린 후 변호사 거티의 거침없는 변론으로 리치는 마침내 무죄 판결을 받고 자유인이 되었다.

 

 

   감성이 풍부하면서도 절제력이 뛰어난 리언은 닫힌 창으로 세상을 볼 때가 있었다. 프라이어 씨는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가슴이 시키는 일을 뒤로 한 채 살아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지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놓치지 않는 적극성을 띨 필요가 있다고 리언에게 충고했다. 상대에게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며 한 발짝 다가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할 때, 너와 나의 사랑은 우리 사랑으로 발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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