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과 진화론은 종교와 과학이라는 다른 입장에서 보는 논리적 대립으로 평행선을 그으며 논쟁이 진행되어 왔다. 과학과 종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다루고 이해하는 사유 체계이지만 명백히 다른 근본 원리에 입각하고 있다. 영적인 믿음으로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는 종교와 현실적으로 증명이 가능한 자연 현상을 다루는 과학은 양립하기 힘든 것처럼 보여 왔지만 사유 체계를 구성하는 영역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인식하여 시간적인 소모를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이들의 견해가 있다. 종교적 핵심인 믿음은 두뇌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진실이라고 간주하는 모든 인지나 감정으로 정의 내리는 인지신경학자는 믿음의 기원까지 올라가 신에 근거한 신앙 체계를 뇌의 중요 요소로 확립하여 믿음으로써 존재하는 인간으로 이끌어 냈다. 진화론을 중심으로 한 과학은 기존의 자연 현상과 이론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되,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만을 명확히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현대진화론과 유신론ㆍ무신론 논쟁의 정점에 서 있는 도킨스 교수는 <<만들어진 신>>에서 종교의 편협함, 맹신, 잔인함, 악습과 편견에서 나오는 극단주의의 폐단을 지적하며 신을 만들어진 망상이라고 말하여 유일신을 믿는 종교인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환경에 더 잘 맞는 유전자를 지닌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이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개체군에 유전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 변화는 그 생물의 환경에 대한 적응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개체는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하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여겼다. 자연선택은 모든 생명체가 실제로 살아남는 것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낳고, 이 자손들의 형질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전제한 뒤 환경에 더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게 되고, 살아남은 생명체의 형질이 유전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종교에 대한 진화론적 연구를 새롭게 열어 보이려는 윌슨 교수는 자연사적 정보를 통해 진화론의 강력한 기초는 금욕주의적 수행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자이나교뿐 아니라 특정 종교를 연구하는 발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가설을 많이 내세워 자신의 논리를 펴고 있지만 설득력 있는 실례를 제시하지 못하는 밈 가설을 이론적 가능성으로 간주하였다.  

 

  우주는 생명체만을 위해 이상적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 현상을 말한다. 진화론을 취하는 과학은 인간이나 종교가 만들어낸 법칙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에 부합하여야 하며, 자연과학의 결과와 이론은 실제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연구 결과는 언제나 잠정적이며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함을 전제한다. 알렉산더 교수는 과학적 설명은 생물학적 다양성이 생겨난 방식을, 신학적 설명은 그 원인을 기술하는 상보성을 들어 통합 상보성 모델을 적용하는 일이 과학과 종교의 대척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문화인류학자 겔너는 현대의 이데올로기적 권위자를 종교적 근본주의자, 엄격한 계몽주의자, 상대주의자라는 세 범주로 나눌 수 있지만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여 사회의 공적 역할에 충실해야 함을 주장했다.

 

  자신이 선택하는 대로 생각하고 믿으며 행동할 자유가 있지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부정적 관점에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의심할 자유를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믿을 자유 또한 인정해줘 무신론자의 자유는 유신론자의 자유와 밀접하게 엮여 있음을 킹 목사의 연설문을 인용하여 그 뜻을 명확히 하였다. 수양과 도덕에 초점을 맞추고 공공의 선을 향한 신념이 강한 불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종교학과 강사 히로코 카와나미는 2007년 미얀마 불교 승려들의 반정부 시위를 억압적인 군사정권에 맞서 사회적 안녕과 윤리적 기초를 마련하는 일을 예로 들었다. 인과 관계의 상호관계를 믿으며 업을 역동적인 원리로 보아 공덕을 쌓고 지혜와 연민을 키워가려는 불교에 대한 바른 이해로 고통의 조건을 수용한다는 오해를 풀어가려는 움직임은 다원적인 측면을 인식하는 게 중요한 종교의 가치를 일깨운다. 과학자들은 모든 것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경로로 연결되었는가를 파악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부족들 간의 지위 경쟁, 폭력, 전통적 전쟁의 인류학에 대한 광범위한 고찰을 저서에 담은 마쉬너 교수는 길고 추악한 역사를 공유하는 전쟁과 종교를 들어 종교 자체가 전쟁의 직접인 원인은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종교가 전쟁을 촉진하는 것으로 봤다. 종교는 인간이 내집단과 외집단, 우리와 그들을 분류하는 근본적 수단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단으로 기능함을 역사 속에서 살피고 있다. 20세기 후반 종교적 사리사욕이 없는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새로 부활한 설계론은 생물 진화의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의 출현에 초점을 맞추고는 신만이 이에 대한 유일한 답이라고 주장한다. 과학 자체로 신의 선물이라 칭했던 슈발리에는 과학이 어떻게 신의 권능을 가리키는지 살펴 볼 것을 촉구하여 과학과 신앙 간의 대화가 풍부히 오가는 것을 다윈의 유산에서 그 의미를 찾았다. 마이클 오브라이언은 문화의 진화를 파악하기 위한 유일한 접근법으로 다윈의 진화를 들어 진화론은 자연계를 설명하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믿음의 문제인 신앙과는 별개로 인정하여 종교와 과학이 배타성을 띠기보다는 모두 의미 있는 유효한 체계로 이해했다.

 

  종교의 기원은 인과성에 대한 믿음이 진화한 데 있으며 인과성에 대한 믿음의 기원은 도구 사용에 있다고 본 월프트 교수는 중요한 사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여 어려움을 해결해 온 종교 활동은 개인의 안녕과 낙관주의를 향상시켜 인간의 생태적 삶을 진화해 왔다고 봤다. 초자연적인 작용인(作用因)에 대한 믿음을 종교적 사유의 방식으로 여기는 이들의 인지적 유연성이 인간 사회 내에서 불가피한 현상으로 종교는 만들어졌다. 과학은 인간의 삶을 물질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하지만 종교는 인간의 삶을 심리적으로 안정하게 해주며 질적으로 향상시켜준다.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종교와 과학이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논쟁에서 벗어나 마음을 열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공동의 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언어와 공감을 가능케 했던 진화상의 거대한 도약인 거울신경세포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상호 관련성이 있는 인간으로 교감한다는 게 은유에 불과할 수 있지만 서로 다른 영역이 공존하는 틀을 마련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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