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 전염병에 의한 동물 살처분 매몰지에 대한 기록
문선희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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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가 들끓던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 메리가 집 밖을 나갔다 어스름 저녁이 되어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온 가족은 메리를 목청껏 부르며 찾아 나섰다. 아랫마을 진동 댁이 메리가 자기 집 뒤란에 사지를 뻗고 누워 있는데 이미 묵은 것 같다고 했다. 식량을 축내는 쥐를 잡기 위해 놓은 쥐약을 먹고 목숨을 잃은 메리를 뒷산 양지바른 곳에 묻고 집으로 내려오면서 통곡하는 소리는 사립문에 이르러서야 그쳤다. 식구처럼 지내던 개를 땅에 묻고 온 뒤 며칠은 상실감으로 밥도 뜨는 둥 마는 둥하며 아픈 마음을 달래야 했다.

 

   말 못하는 짐승도 사지로 끌려 갈 때는 죽지 않으려 버둥거리며 울부짖는 광경은 어디에서든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한우농가 반경 500m 내에 있는 농가 12곳은 혈청검사 결과 모두 구제역 감염항체(NSP)가 음성으로 나온 것이 맞지만, 농가 세 곳에서 백신을 맞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500m 이내 농가에 대해 살처분 결정이 됐다,’

   안성시 관계자는 NSP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이 마을 농가 9곳의 우제류 740여두를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경기 신문 2019.01.31.>

엊저녁까지도 여물을 잘 먹은 소를 사지로 몰아넣는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진 주인은 허탈감을 드러냈다. 국가는 규칙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국민들은 기르던 가축들을 산 채로 땅 속에 묻어야 했다. 깊게 파 놓은 구덩이 속으로 돼지들을 굴삭기로 밀어 넣을 때, 돼지들은 죽고 싶지 않겠다고 울부짖으며 절규하는 듯했다.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나라의 도덕성을 알 수 있다.’

비폭력 평화주의자인 간디의 말은 명분을 앞세워 생명체의 존엄성을 짓밟아서는 안 됨을 일깨운다. 저자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짐승들을 매몰한 지 3년 후 그곳을 찾아 사진을 찍고 전시했다. 사진 옆에 살처분된 닭과 오리, 돼지 등의 숫자를 실어 통렬한 아픔과 강한 죄책감은 비정한 인간들의 이기심과 맞닥뜨리는 순간 증폭된다.

 

   농식품부는 대학교수 및 전문가 등이 참석한 중앙가축방역협의회를 개최하여,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 내의 우제류를 살처분키로 결정한 뒤 이를 시행하였다. 산 채로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 살처분 용역의 굴삭기 끝으로 터져 나오는 돼지들의 비명은 참혹한 죽음을 예견하는 절규로 비정한 인간성을 향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평생 오리를 키워 온 인터뷰이의 아버지는 정부의 명령대로 오이를 살처분한 충격으로 치매에 걸려 얼마 못 가 이승을 뜨고 말았다는 자식의 목소리는 떨렸다. 전시장을 찾은 군인은 군대에 있을 때 살처분 현장에 투입돼 살아있는 돼지들을 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은 뒤 지금껏 악몽에 시달리는 형벌이 지속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동물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을 담당해야 했던 사람들은 지금도 죄책감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의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관련 법규에 따라 수많은 동물들이 강제적으로 대량 살처분되었다. 수천만의 동물들이 고통 속에 죽어 갔고, 수백만의 사람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침출수 유출로 지하수와 토양 오염 등의 추가적인 문제도 발생했다. 극단적인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는지 물음을 던져 본다. 살처분이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공장식 사육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한 현대의 공장형 가축 사육 방식이 사람과 동물의 공통 전염병이 나타난 근본 원인'이라며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적한다. 거의 움직일 수 없는 비좁은 공간 안에서 혹사당하는 가축들을 줄여가는 길에 소비자들도 함께 해 거대 담론을 형성하여 갈 수 있길 바란다. 풀밭이나 야외의 넓은 땅을 밟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동물 복지를 향한 길에 작은 뜻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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