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도에 태어난 딸은 잘하지도 않던 공부를 지속하며 입사 지원의 역량을 길러야 했다. 학점 관리에서부터 토익 점수 관리, 운전 면허증 취득, HSK 6급 등의 스펙을 쌓으며 회사의 구미에 들어맞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지만 취업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취업 정보를 망라한 사이트에 올라오는 기업에 입사 지원서를 내었지만 1단계 통과도 쉽지 않게 되자 열패감으로 자존감을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마음 고생하는 딸이 나쁜 생각을 할까 염려하는 사이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이미 취업한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며 지내는 시간이 불편해 외출도 꺼리며 취업에 매달린 끝에 1년 계약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여 직장 생활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게 돕는 상사는 없고, 훈련된 경력자들을 고용해 업무에 투입하는 일이 효율적이라 여기는 기업체가 늘고 있다. 직장에서의 경력이 없으면 고용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시대에 살얼음판을 내딛는 것처럼 불안감에 싸여 일하는 90년생들의 위기의식은 커 보인다. 입사 선배는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일러주기보다는 문제를 툭 던져주고는 해결해보라는 식이라니 낯선 직장 생활에 어려움은 더 많다고 한다. 암초에 걸려 휘청거리면서도 딸은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 중이다. 평생 직업은 있어도 평생직장은 없다는 말을 현실로 받아들이며 1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 이직하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을 견디고 있을 뿐이다. 경력의 뫼비우스의 띠라는 말처럼 경력이 없으니 취업할 수 없고, 취업 못 하니 경력을 쌓을 수도 없는 설사가상의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인문계 졸업생으로 취업문을 열기 힘들다 보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20대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9급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최종합격까지 1.8%라니 공시족들의 암울한 현실이 그려진다. 상시 구조조정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고, 향후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는 안정성을 높이 평가한 이들은 공무원 합격증을 쥐는 순간 그동안 지불했던 인생의 기회비용을 넘어선다고 여겨서이다. 일은 시키되 고용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유노동 무책임 시대에 국가 기관이 출자하는 직장에 젊은이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을 짜고 행복하게 살아갈 계획을 수립할 때 90년대 생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을 우선시한다

    

    1960년대 중반 농촌에서 태어난 우리(X세대)는 새마을 운동의 정점에 퇴비증산을 장려하는 활동에 동원되어 일하며 학교 다니는 일이 몸에 배었다. 부칠 땅이 없는 집에서는 방치된 땅뙈기를 개간하여 농사를 지으며 식구들의 입에 밥풀이라도 떼어 넣을 수 있었다. 가난한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난 우리는 농사일을 도우면서도 공부를 부지런히 하여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을 듣고 들어간 직장에서 30년 남짓 일하다 퇴직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급속도로 변화한 시대에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무색할 정도로 경력을 쌓아 자아를 계발하기에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회사에 대한 충성이 곧 나의 성장이라 여기던 부모세대와는 달리 솔직하게 생각을 표현하는 90년생은 자신의 미래를 중시하며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내부로 집중한다.

 

   커뮤니티 뿜뿌를 통해 깜짝 할인 정보를 접하고 공동구매로 필요한 물건을 비싸게 구매하지 않는 새로운 소비자로 부상한 90년생들은 그들만의 소통 창구를 형성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한다. 이들은 스마트 컨슈머로 고객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소비자 중심 경영으로 고객 만족을 높이는 소비자본주의를 형성하였다. 가족 중심적인 식생활에서 가정식 대체 식품중심으로의 식습관은 조리 과정의 편리함으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삶의 만족도를 높여 주었다. 주력 소비자로 대두되는 90년대 생들의 솔직함과 간단함을 선호하는 성향을 들어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고객 중심의 혁신을 꾀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시대에 새로운 세대에 모아진 관심도 크다

       

   불공정 행위로 직원과 협력업체에 횡포를 가하는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며 공정 거래를 이뤄내는 과정은 새로운 세대의 힘을 가늠케 한다. 비정규직이라도 일하며 경력을 쌓으려는 이들의 노력을 폄하하며 근성이 없다고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꼰대이기보다는 새로운 세대로의 이행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이들과 공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기성세대로 자리하길 바란다. 무책임한 참견은 삼가고 불건전한 관행을 고쳐가는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기성세대는 새로운 세대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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