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대학을 가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농어촌 지역의 고3교실에서도 EBS문제지 풀이 위주의 수업이 일반적이다. 문제풀이 기술을 앞세워 다섯 보기 중 정답일 확률이 높은 답을 찾는 빠른 길을 뚫는 게 목표인 것처럼 다른 방법은 별로 생각지 않은 수업을 행해 왔다. 문학 작품을 공부할 때면 외적인 내용을 곁들이며 처져 있는 아이들을 깨우지만 이내 아이들은 심드렁해져 고개를 숙이고 만다. 나 홀로 수업에 익숙해 한 시간 떠들고 나올 때면 밀려드는 허탈감이 컸다. 고등학교에 재직할 때는 중학교로 가서 원 없이 독서 교육 실컷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여전히 못할 이유는 도처에 자리했다.

 

   사유하며 표현하는 일에 익숙지 않은 중학생들은 물음을 던지고 함께 생각해 의견을 공유하자는 말을 피하고 싶어 하였다. 생각도 해보지도 않고 그냥 귀찮다며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뱉는다.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소통하는 힘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수업을 병행했으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업으로 지치지 않는 교사와 배움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마음을 바로 잡고 생각하는 배움을 실천하는 독서를 염두에 두고 매시간 책 읽고 표현하는 힘의 막대함을 역설했다.

 

   기승전책으로 불리는 국어 시간은 입시에 대한 부담 없이 기획한 수업을 시도할 수 있어 여건은 좋은 편이다. 진득하게 앉아 집중하여 책 읽기를 힘들어하지만 조금씩 시간을 늘려 가는 학생들을 보며 잘 안 된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다. 등교하면 도서실에서 책을 찾아 읽고 골똘히 생각하는 학생 한둘의 모습에서 희망을 떠올리며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는 글 속에 실린 교사들의 독서교육의 실천적 사례에 감화 받는다.

 

   정시로 대학을 주로 가는 대도시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시행하는 인문 독서 프로젝트, 자아 정체성을 찾아 진로를 탐색하는 독서, 시를 읽고 함께 하는 공부 등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여 조화로운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문학 작품 읽기는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일깨우며 공동체적 삶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준다. 교과서 속 사건들이 일어난 원인과 배경, 사건 발발 후 영향 등을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는 역사 시간, 선생님은 그림책 읽기로 교과서 속 사건에만 머물러 있던 데서 벗어나 현재적 관점으로 통찰하는 힘을 길러주었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학생들도 흥미롭게 보는 역사 만화를 읽기 교재로 삼아 지금도 되풀이되는 적폐를 새기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며 일상을 보내는 일은 나은 자신과 대면하는 순간으로 이끌 것이다.

 

   방황한 시간이 길었던 국어 교사는 그 시간이 있었기에 현실의 벽과 타협하지 않고 진로를 선택하고 미래를 그릴 때가 있었다고 회고하며 수업 사례에 그 내용을 녹여냈다. 작품을 읽고 경험과 결부지어 의미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잃어버린 자발성을 찾아가는 일은 교사와 학생의 경계를 세운다고 소리를 지르던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련 도서를 읽고 친구들과 책 속 의견을 나눔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치유하며 성장하는 독서 활동 시간이길 바라며 연수 경험을 나눈 교사들의 실제 수업 사례는 함께 읽기의 힘이 끌어낸 결과물로 여겨진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교사와 기꺼이 배우려는 학생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수업을 그리며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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