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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글.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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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보이는 대로 어림잡아 판단하여 서로 오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단면만 보지 않고 다방면으로 볼 줄 아는 힘은 여러 경험과 노력을 통해 길러진다. 파란나비 피터는 반쪽붉은나비를 보고 아름다운 날개를 가지고 싶다 하니 상대는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을 감은 피터는 창문을 통해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숲속을 지나다 고슴도치를 만났다. 고슴도치는 몸의 가시를 비웃는 친구들 때문에 아플 때도 있지만 이를 정직하게 대면하고 사랑 받을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가려 했다.

 

 

  반쪽붉은나비를 만난 피터는 마음속 깊이 들어가 그곳에 피어있는 꽃을 따먹어야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꽃을 따 먹자 붉은 빛이 감도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마침내 반쪽붉은나비가 되었다. 피터는 아름다운 나비를 자랑하고 싶어 길을 나섰으나 친구의 시큰둥한 반응에 친구가 잘되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해줄 친구는 그리 많지 않음을 알아차려야 했다.

  ‘높이를 갖고 싶다고 모두들 높은 곳만 기웃거리는데 헛수고일 뿐이야. 아가도 말했지만 높이를 가지려면 먼저 깊이를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려면 여러 번 실패할 수도 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 65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려고 아득바득 올라서려는 욕망에 갇혀 다른 사람들을 짓밟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깊이를 갖고 싶다면 높이에 대한 열망을 내려놓고 먼저 잠재적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굳건히 할 필요가 있다. 어둠의 시간을 견디며 당당히 피어나는 들꽃처럼 살아가는 일의 존엄함을 일깨운다.

  아름다운 날개로 곳곳을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아픔은 더했고, 다른 나비들의 혹평에 싸움을 하며 파란나비의 날개를 찢어놓기도 했던 피터는 위로 받고 싶은 대상을 찾아 나섰다. 키 큰 나무를 만나 불행의 원인은 나와 다른 것과의 비교에 있음을 직시하고 아픔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 자리에서 성장을 위한 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웠다. 진심으로 누군가의 문제를 짚어주고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는 친구도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키 큰 나무의 말은 아픔을 떠안고 넘어설 힘을 실어준다.

 

  고정관념의 성에 싸여 현상 이면의 본질을 헤아리지 못한 채 독단에 빠지는 경우를 대면할 때마다 참혹한 슬픔을 이해하고 일어서는 것처럼 말하곤 하지만 침묵한 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욕망이나 이중성을 함부로 깔보지 말라는 표범나비의 말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욕망에 기인함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갈은 꼬리 끝에 독을 만들어 자신을 지켜 나갈 상징을 만들어두고 있다고 하였지만 그 상징으로 스스로를 쓰러뜨릴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함을 말했다.

 

  피터와 사랑에 빠진 분홍나비는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나무와 바람은 서로에게 슬픔을 주기도 하지만 서로에게 행복을 주기도 하니까 소통하는 것이라 했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을 때 소통은 시작됨을 기억해야 한다.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 관심이 있어도 관심 없는 척, 욕을 하면서도 욕하지 않은 척하며 가면을 쓰고 사는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에 끌려 진실을 가두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냇물이 흘러 강물을 만나고,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며 만나는 숱한 사물들과의 부딪힘을 안고 사는 동안 누군가의 아픔을 달랠 줄 따뜻한 말이나 행동은 괴로움을 덜어 새롭게 시작할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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