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질문이 불편하다 - 나태함을 깨우는 철학의 날 선 물음들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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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전망 좋은 위치에 자리한 카페에서 후식을 맛보며 한껏 분위기를 잡은 사진이 활개를 치는 SNS 활용 시대에 시선은 머물렀다 떠나기를 반복한다특별한 맛을 찾아다니는 유랑객처럼 오늘도 친구가 무엇을 먹었는지 궁금해 하며 소비적 욕망을 돋운다취향에 맞는 물건과 먹거리를 찾아 소신 있게 소비하기보다는 남들 맛있다고 먹는 것을 따라 찾는 경향으로 치달을 때가 있다먹고 마시는 일련의 활동들도 피사체에 담아 경쟁적으로 남기는 이들을 보면서 굳이 사진을 올려 타인의 욕망을 자극할 필요는 있을지 회의들 때가 종종 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일상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시공간을 초월하는 정서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바람으로 싫은 내색하지 않고 상대의 취향을 존중하다가도 자신의 취향을 고집할 때면 이대로 어른이 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자신의 것이 소중하고 귀하면 타인의 것도 존귀함을 인정하며 유대관계를 유지할 때 지치지 않는 공고의 선을 실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모든 규제를 무장해제한 방학 동안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부리며 나태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지내는 학생들을 볼 때면 지금 주어진 자유가 타당한 것인지 묻게 된다.

  ‘자유는 예속무지는 힘

  이라는 풍자적 경구로 감시자들을 한눈에 넣어 통제하려는 독재자의 속내를 드러낸다스파르타식 입시학원은 자유가 개인에게 얼마나 버거운 짐인지 보여주는 실례로 자칫하면 자유가 나태와 타락한 삶을 조장하는 불안으로 이어지기 쉬움을 보여준다자율적인 생활을 통해 길러지는 게 바람직한 자유를 강제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유인이 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스스로 정한 삶의 의미에 얼마나 충실하였는지 살피며 지낼 때자유인으로 소중한 것들을 지키며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중국으로 1년 어학연수를 다녀 온 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토익을 비롯한 기본적인 스펙을 쌓느라 고군분투했던 딸을 보면서 대량 실업을 양산하는 고학력 실상에 암담해진다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의 틀에서는 햇수가 쌓일수록 불안은 엄습하여 취업 준비생을 황폐하게 만든다경험의 가치를 내세워 눈을 낮춰 취업 원서를 넣고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직장에서 수습기간을 마쳤지만 정의롭지 못한 조직 질서를 거부하면서도 보복성 폭력에 마음을 닫고 지내는 모양이다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한 채 보고 싶은 면만 보는 상사는 상대를 업신여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사원들이 받는 상처가 크다고 했다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현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토론하고 유연한 태도로 대안을 모색하려는 변화를 시도할 때 사회는 진화 발전해 간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문명사회의 이기를 누리며 지내는 실용성 이면에는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로 자원은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돼 회생불능의 상황으로 악화되었다소비를 촉진해야 발전하는 경제구조인 자본주의 체제에서 환경을 보전하려는 실천은 불가피하다객관성에 입각한 과학 지식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대신 건전한 비판정신으로 사회를 좋게 하는지 따져 볼 일이다확실하다고 인간의 이용 측면에 초점을 두는 기술주의적 환경론과 환경 자체에 가치를 두는 생태적 관점을 절충하여 윤리적 태도로 환경을 보존해 가야 한다숨 쉬기도 힘든 미세먼지 터널을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도덕적 선을 실현하는 일에 가치를 두고 국제적인 협력체제 구축을 미룰 수 없다.


  아득바득 일하며 이윤을 창출하는 일에 급급해 온 사람들은 어떻게 놀아야 제대로 노는 것인지 망각한 채 일에 매몰되어 왔을 뿐이다곁을 주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이들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제4차 산업혁명의 AI, 로봇 등의 확산으로 기존의 직업에서 물러나 늘어난 시간을 보내느라 고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놀면서 일하고 즐기는 인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카르페 디엠과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가꾸어 나갈 때 존엄성을 잃지 않게 될 것이다남들의 평가나 이해 득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삶이 아니라 이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살려가는 일에 가치를 두고 소신 있게 살아야 함을 자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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