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
정유정.지승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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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고 일어나 세탁조에 빨래를 넣고 책상 앞에 앉아 읽던 책을 읽는데 제자의 전화가 들어왔다고등학교 때부터 막역하게 지낸 친구 엄마의 부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어머니의 오랜 투병생활 병상을 지켰던 제자는 죽음의 공포 속에 휩싸여 지낸 적을 회고하며 6개월 선고받았던 어머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 하더니.........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순리를 거역하기는 힘든 줄 알지만 어머니의 죽음은 이승에 존재하지 않는 어머니의 부재로 이어진다소설가 정유정의 소설 작법을 담은 인터뷰 형식의 글을 읽으며 투병 중인 어머니를 가슴에 묻고 살아남아야 하는 이의 질긴 생명력이 겹쳐졌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독서 인구가 더 줄어들어 출판 시장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현실이다하지만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들은 있어 소설가들은 창작에 몰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개연성 있는 허구를 다루는 소설이 독자들의 읽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까지 작가의 노력과 집필 과정은 녹록치 않을 것이다전문 인터뷰어 와 두터운 독자층을 이루고 있는 전업 작가의 담론은 한 편의 소설이 탈고되기까지의 과정을 아우르고 있다실패를 거듭하며 등단하기까지의 고단했던 시절을 털어놓으며 전문적인 이야기꾼으로 자리할 수 있었음을 알게 한다.


    ‘나는 이야기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어떻게 쓸까?’

   쓰려는 무엇을 말이 되게 논리적으로 증명해내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하는 소설작법에서 관련 책들을 분석하면서 많이 읽을 필요는 커진다진실을 말해야 하는 작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세계관을 정립하여 소설을 쓰므로 스스로 편협한 시각을 가진 것은 아닌지 점검하는 자기 검열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투병 중이던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어머니 대신 동생을 돌봐야 했던 청춘 시절의 암울했던 경험이 <<내 심장을 쏴라>>에 투영된 만큼 작가는 주인공 이수명을 사랑했다.


  동물적 성향을 띠는 역동적인 종목으로 고독을 견딘다는 작가는 인간의 악을 소설의 주류로 삼아 선이라는 절대가치를 지향하며절대적 가치와 일치된 행동으로 생명체의 존엄함을 드러내려 했다사회적 관행이나 시선에서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특별한 악인을 여러 인물로 변주해 소설 속에 등장시켰다독자와의 연결통로로 삼는 주인공은 이야기의 주제를 구현하기 위한 작가의 대리인으로 절정부분을 주도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적대자는 주인공과 체급이 비슷한 이로 갈등의 정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인공에 대적하는 이로 자리해야 한다.


  현실화될 수 있는 확실성의 정도를 담은 소설 속 내적 개연성은 깊이 있는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할 때 밀도 있는 소설에서 가늠할 수 있다소설을 구상하며 개요를 작성하고 이야기의 기본이 되는 자료를 충분히 조사하여 초고 쓸 준비에 들어간다크고 작은 스케치북에 소설 속 공간을 세밀하게 담아 공간이 품고 있는 상황과 의미를 결부 짓는 과정까지 꼼꼼히 그려 자기가 만드는 세계를 신처럼 알고 이야기를 써내려갔다일필휘지로 초고를 쓴 뒤 소설의 시작과 결말은 살리고 나머지는 버려져 초고는 작품을 부화하는 통과의례로 자리하는 듯했다도공들이 가마에서 구워진 도자기를 깨부수는 것처럼 초고에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은 이야기꾼을 지향하는 소설가의 전문성을 가늠할 수가 있다.


   백지 위에 무엇인가를 써야 하는 심리적 압박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낳기도 하지만 다독(多讀)과 필사를 포함한 다작(多作)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작가 역시 자신과의 싸움인 글쓰기에서 전문성을 띠기까지 숱한 고민 속에 실천적인 노력이 있어왔다이야기 만드는 데 중점을 둔 초고에 장면 간의 유기적 연결에 중점을 둔 수정을 거쳐 탈고한다단문의 간결함과 속도감을 문장의 특징으로 삼는 작가는 첫 문장을 쓸 때에도 강렬한 인상을 끌어내기 위하여 고심했다.


  전문성을 인정받는 소설가 역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소설을 탈고하기까지의 의심독자들의 반응을 둘러싼 두려움 등을 이겨내기 위한 준비는 기초 작업을 튼튼히 하는 일부터 챙겼다한 편의 소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공들인 시간에 경외를 품으며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경험에 상상력을 입혀 내적 개연성 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이에게는 습작 기법의 길라잡이로 자리할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작위적이지 않아 공감 지수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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