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의 별 -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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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을 애착하지 않고 걸림 없이 살아가려는 바람과는 대비되는 삶을 잇고 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 그것이 부메랑 되어 가슴 속 옹이로 박히고 만다.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반응을 더디게 보이면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안달하는 친구의 영혼 없는 전화 울림에 이 지구를 잠시라도 떠나 홀로 있고 싶어진다. 오랫동안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의 경솔한 행동에 상처받으며 그것도 하나 너그러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옹졸한 자신이 미워질 때 <<리의 별>>을 만났다.


  규칙적인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이가 일상의 틀을 깨고 무뎌진 감성을 일깨우며 새로운 공간을 찾아 경험하는 여행은 기쁨을 준다. 수학여행을 계획할 때 학생들은 유원지에서 하루 종일 놀 수 있기를 바라며 놀이동산을 꼭 넣기를 바란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피로를 감수하면서도 순간의 스릴을 위해 두세 시간을 투자한다. 젊은 사업가 기무라 겐이치로는 상층 흡수 고가격 전략을 내세운 투자 목적으로 유원지 행성 플랜A’를 만들었다. 터무니없는 이용료를 지불하면서 행성대관람차에 오른 이들은 오염을 벗어나 찌든 심신을 달래며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출현으로 플랜A는 의료진조차 통제 불능의 아노미 상태로 치달았고 화려했던 시대의 막을 내렸다. ‘는 무인행성이 되어버린 플랜A에 갇혀 절대고독의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사람으로 생명의 끝을 향해 가고 있을 뿐이다. 행성대관람차에 갇힌 채 플랜A 주변의 궤도를 끝없이 돌고 있는 리는 전화로 다른 행성에 사는 타인들과 소통하며 절대고독의 시간을 소모해간다. 리와 전화로 소통한 이들의 대화 내용을 들려주며 삶의 애환을 드러내며 좋은 시절도 언젠가는 끝이 나고 만다는 점을 각인시켜 준다.


  리와 전화 체스를 두는 기무라 다로는 혼자서 차지하는 면적과 고독은 비례함을 절감하며 무한한 고독에 잠식되어 깨어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물신주의자들은 자본주의와 손을 잡고 걷잡을 수 없는 탐욕을 내세워 재화를 얻으려는 데 급급하고 있다. 인간의 물신성 아래에 놓은 사람들은 자멸을 초래하여 인간적인 면모를 회복하기는커녕 자아의 본질을 망각한 채 시간을 보낼 뿐이다. 요금을 결제하지 않으면 그 어느 것도 이용할 수 없는 규칙이 적용되는 곳에서 돈은 많을수록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났다.


  '나도 내가 누군지 몰라.’

  유령처럼 투명 인간이 된 기분으로 지내던 이들에게 누군가가 보내는 대화의 시도는 순간을 영원처럼 살게 하는 찰나의 위력을 발휘한다. 주체할 수 없는 고독을 견디기 위해 전화를 건 리는 통신 판매원 도리스 브라운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들 마리오를 찾는 로드리게스, 플랜A의 존폐여부를 결정지을 행성심사대의 구성원인 박사들, 알코올중독자 양 웬리는 자아 정체성 회복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수많은 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지내는 지구인의 고독은 광활한 우주에 한 점에 지나지 않는 ''와의 통화를 통해 고독을 덮어갔다. 우주의 행성에 홀로 갇혀 자신의 호흡수와 맥박수를 헤아리며 종국을 향하는 리의 모습을 떠올리며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커진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힌 행성 플랜A에서 홀로 수십 년을 버티며 살고 있는 ''의 모습에서 고독에 몸부림치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져 처연함을 더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들어줄 대상이 없어 입을 다문 채 냉가슴을 앓는 이들은 피폐해져가는 심신을 부여잡고 이성을 앞세워 살아갈 뿐이다. 머리로 이해득실을 따지며 물신주의로 치닫기보다는 유대와 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력을 기울일 때 고독은 조금씩 밀려날 것이다. 소통의 부재로 단절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날 때 가슴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사람으로 자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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