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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는 늘 너를 우연히 만납니다
김준 지음, 이혜민 그림 / 글길나루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책 앞 뒤 표지에 그려진 순박한 그림 한 점.
이효석의 단편 소설에 나오는 달빛에 비친 소금을 뿌려 놓은 메밀 꽃 같은 자잘한 하얀 꽃과 한복을 입은 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소녀가 풍선과 꽃을 든 그림이 아련한 슬픔을 기억해 내게 한다.
이 책을 쓴 시인은 1998년도에 시집을 내고 상도 탄 적이 있고, 또 2002년에도 두 번째 시집을 내고 또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그 뒤로 잠적(?)했다가 10년이 지난 금년도 다시 이 책의 시집을 냈다.
시란 감상의 글이기에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발효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겠다고 생각된다.
여기 실린 글들은 책 표지가 상징하고 있듯이 아련한 추억들을 많이 들추어내고 있다.
자신의 기억의 창고 속에 깊이 쌓아 둔 내밀한 비밀스런 생각과 추억과 느낌들을 밝은 햇빛 아래 내어 놓고 있다.
그래서 갑작스런 햇빛 아래 노출된 시들은 아지랑이처럼 가볍게 흔들리기도 하고, 무지개와 신기루처럼 아득한 여운을 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사랑을 주제로 그리움, 기다림, 보고픔, 슬픔이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차용하고 있다.
또, 최대한 절제된 필치로 단순함과 질박함을 유지하면서도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이지 않도록 감싸 놓은 듯한 소녀의 그림은 이 글과 잘 매칭되어 극적인 효과를 더하고 있다.
시인은 주로 현재 같이 있음과 함께 하는 이야기가 아닌 과거의 함께 있음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신음처럼 한숨처럼 토해내고 있다.
사랑이란 평생 혼자 안고 살아야 하는 불치병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슬픔과 아픔은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며, 친구처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천형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면, 아예 사랑 같은 것은 애초에 꿈도 꾸지 말아야 하는데, 어디 사랑을 하지 않고 온전히 혼자서 길고 긴 인생을 살아 갈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사랑은 자원하는 고통이요, 고문임을 알면서도 부나비가 불로 날아들 듯 하고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러하기에 이 시인의 시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공감하고 좋아하는 것이리라. 이 책의 시인은 낸 책마다 상을 타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사랑에 대한 감정의 미묘한 흔들림과 무늬와 떨림을 잘 포착해 낸 시를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