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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뒤뜰을 거닐다 - 전호림 산문집
전호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3월
평점 :
20년 간 기자로 활동하던 분이 ‘기자의 글쓰기’를 버리고, ‘창작 글쓰기’로 이 책을 냈다고 한다. 흑백논리로 글쓰기를 ‘기자의 글쓰기’와 ‘창작 글쓰기’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놓은 것이 약간은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하다.
이 말을 잘 못 이해하면, 기자들이 취재하여 신문에 실은 글들은 모두 창작의 글쓰기가 아니라는 오해를 살만하다. 그러나 이 구분은 작가가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성격을 너무 작위적으로 기사와 다름을 구분지어 설명한 결과 생긴 오해라고 생각된다.
정도차이는 있겠지만, 신문기자들이 쓴 글도 충분히 창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등이 소설을 쓴 글에 비하면 차이가 분명 있겠지만, 기자들의 취재의 글에도 창작의 요소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이렇게 의도적으로 창조의 글쓰기를 집착하는 것은 ‘감동적인 글’을 쓰고자하는 욕심임을 알게 된다. 신문 기사처럼 감정은 최대한 배제한 체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건 중심으로 글을 쓰는 방법을 지양하고자 함이다.
이 책은 크게 다섯 파트로 구분되어 있는데 제일 첫 파트는 작가의 유년시절을 회상하는 글들로 되어 있다. 이 책 제1부의 적힌 저자의 글들에서 추론해 보면 나보다 저자는 열 살은 젊은 것 같다. 저자가 경험한 그 당시의 생활상은 내가 경험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섞여있다.
제1부의 글들은 모두 내가 어렸을 때 경험했던 생활상이다.
구정 세배하는 풍경, 호롱불 추억, 그 중에서 잠자리 꽁지를 빼고 그 곳에 짚단 같은 이물질을 넣어서 장난을 치던 풍습, 보리 고개, 송홧가루 따먹고 달짝지근한 목화 꽃을 따 먹었던 추억은 정확히 나의 어렸을 때와 일치한다.
또 그 당시는 영양이 부족한 탓으로 어린이들이 모두 머리에 마른버짐을 달고 살았다.
여름이면 모기를 쫒기 위해 덜 마른 건초 등을 사용하여 연기로 모기를 쫒았고, 작은 수박을 많은 식구들이 나눠 먹기 위해 찬 물에 탄 수박화채를 즐겨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리고, 학교를 파하고 집에 오면,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소를 먹이거나 꼴을 베기도 하고, 동생을 엎어서 어머니의 일손을 덜어 주는 일을 했고, 여학생들은 농사일에 바쁜 어머니의 일손을 덜어 주기 위해 빨래를 한다거나, 밥을 짓거나 나물을 캐기도 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창작 글쓰기’를 노력하고 있는데도, 간혹 기자의 기사와 같은 내용의 글이 눈에 띄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한 사회문제와 현상들을 날카롭게 취사선택하여 370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오랜 기자생활에서 체득한 직업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사회, 가정 등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이 책의 모든 글들은 실제의 현상과 사실에 입각해서 글을 쓰는 투철한 기자정신일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