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 어떤 위로보다 여행이 필요한 순간
이애경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사진도 글도 말랑말랑하고 솜사탕처럼 소프트하다.

글은 잘 익은 김치처럼 맛깔스럽다. 이는 작가의 뛰어난 글재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그 낯섦의 표정을 표현하는 글, 순간적으로 포착되는 시간의 화석인 사진이 어우러져 잘 빚은 술처럼 향기롭다.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내 입장에서는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만나서 읽는 것은 생면부지의 사람과 대화를 할 때처럼 가벼운 긴장감과 설레임이 뒤섞인 느낌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책은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고향 언덕처럼 익숙하고 정겹다.

여행의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전범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참 많은 나라와 장소를 가 본 분이다.

그 여행지는 일본에서 캐나다, 덴마크나 스위스, 오스트리아, 쿠바 등 여러 곳이다.

여러 나라, 다양한 문화와 습관들과 사람들의 기질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글의 색깔과 모양과 분위기도 작가의 감상의 프리즘을 통해 다채롭게 투사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여행이란 [길을 떠난다]라고 하는데 이는 평소에 우리의 삶의 장소를 벗어나 전혀 모르는 곳으로 길을 바꾸는 것이기에 [길은 그대로이지만 나는 바뀌어 온다]는 발견이 탁월하다.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바로 감이 온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만큼 이질적인 사람들과 사귀며, 삶의 방식들을 살아가는 것이 여행의 묘미이고, 여행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는 다 나그네와 행인같은 인생을 살아 간다는 삶의 철학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여행을 떠난 자와 여행객을 만나는 사람들은 따지고 보면 동반자인 것임을, 그래서 더 정겨울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삶이란 완전하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를 채워 주고 잘 서 있을 수 있도록 서로 지탱해 주는 것이다(83p)] 이 대목을 읽으며, 한문 사람인(人)자가 연상된다.

부족한 사람, 불완전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 세상인 것을 자각한다.

이런 자각과 지혜를 경험하는 것이 곧 여행의 유익이다.

그냥 익숙한 곳에서 살아간다면 이런 귀한 깨달음은 얻을 기회가 없을 것이다.

작가가 여행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그들과 나누었던 이야기와 추억들,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붙잡아 둔 사진 속에 간직된 시간들을 보며, 작가의 느낌과 시각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이 아름답고 신기한 것들을 감상하는 호사는 실로 감개가 무량하다.

좋은 책은 이렇게 감동과 반향이 크고 넓고 깊다.

서른 썸싱을 지나고 있는 작가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이 귀한 책을 통해 작가의 힘과 영향력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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