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
정성채 지음 / 싱긋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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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의 월급쟁이를 해 보았으나 여전히 먹고 사는 일에 불안을 가지신 분의 생각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30여년]이란 우리나라의 형편으로 보면 한 평생의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학생으로서 배우고 군대에서 보낸 시간을 감안하면 20세 중반, 거기에 30여년의 시간을 더해 보면 50 중반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 사이 저자가 만나고 경험하고 살아 온 동안 접하고 느낀 감상과 소회를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 [먹고 사는 언저리에서] [깨달음이 불편할 때]로 삼분하여 정리해 놓았다.

어찌 보면 우리들이 누구나 일상에서 보고 살아 온 소소한 일인데 작가 특유의 감수성 풍부한 시각으로 포착하여 채집해 놓은 깨달음들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글은 결국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을 쓰는 일’이기에 자신일 수밖에 없으니, 자신의 분신과 같다고 말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야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글들이야말로 살아 있는 글들이라고 평가한다.

전문적이고 직업적으로 글을 쓰신 분은 아닌 것 같은데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작가로 등단한 전문 작가들의 글에 결코 뒤지지 않는 내공이 느껴진다. 그 사유의 깊이와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아마 이런 효과는 작가가 고백했듯이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인 듯하다. 저자는 문상을 가면서, [나는 과연 어디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자문을 하기도 하고, 내가 앞으로 존재해야 할 이유나 살아가야 할 목적이 과연 있는가]의 물음에 [안타깝지만 없다]는 삶에 달관한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다]라는 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 글은 환경운동을 하고 있었던 모 사찰의 주지를 맞고 있는 주지가 스스로 주지직을 사임한 실화를 소개해 주고 있다.

그 주지 스님은 그가 지금껏 열심히 했던 그 운동도 하나의 권력이었음을 깨닫고 그 권력도 포기했으며, 조계종 승적까지도 내려놓기까지 했다. 이는 그가 배웠던 [대접받는 중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또, 칠십 팔십 노인들로부터 받는 절도 받을 수가 없다고 고백하면서,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고 자신의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고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하나의 사찰의 수장인 그의 직책과 무게감으로 보아, [생사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고백은 잘 못 들으면 자신의 승려로서의 근본적인 구원관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이기에 심각한 문제로 들리기도 한다.

이 스님의 이야기는 요즈음 심심찮게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 잡다한 종교 지도자들의 일탈행위와 관련하여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주지스님의 입장에서 자신의 구원의 형편까지를 솔직히 고백하는 순수와 용기가 신선하기만 하다.

이 책에 있는 저자의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통찰과 혜안이 큰 깨달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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