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 그와 그녀의 러브 엑츄어리
홍지민 지음 / 책과나무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시인으로 등단하신 분이 쓴 감성이 물씬 배어나는 책이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 놓은 시 같으면서도 시 같지 않은 시보다는 길고, 산문보다는 짧은 글들의 모음이다. 이런 짧은 글들이 하나의 소설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형식의 글들은 무슨 장르라고 할까?

확실치는 않지만, 이 책을 쓴 작가는 시인으로 등단하신 분이라 아마 시로 읽어야 할 것 같다. 각각의 글들은 하나의 사건과 현상을 남자와 여자의 입장에서 각각 다르게 묘사해 놓고 있다. 작가는 남자분이시기 때문에 여자의 입장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감수성이 섬세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작가는 이렇게 이중적인 화자를 빌어서 쓰게 된 배경에 대하여 다른 글에서, 이미나 작가님이 쓴 [그 남자 그 여자]에서 착안했다고 밝히고 있다.

글들은 너무 사실적이며 섬세하다. 현미경으로 사물을 관찰하듯이 미세한 마음의 동요와 떨림까지를 잘 포착해서 표현하고 있다.

사랑이란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을 사진기가 풍경을 찍듯이 오롯이 표현해내는 경지가 놀랍다. 사랑으로 다가가는 남자와 여자의 입장이 서로 다르면서도 또 많이 닮아 있기도 한데 어떻게 그 묘사가 사실적인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마 작가가 이 책에 나오는 남자일 것 같고, 그 여자 또한 작가가 사귀는 애인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작가들은 간접 체험도 자신의 체험처럼 감쪽같이 표현하는 전문가들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직접 경험한 사람의 체험담처럼 보여진다.

또, 이 책의 일러스트는 누가 그려 준 것일까요?

작가의 섬세하고도 아련한 감정이 삽화와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어서 글도 그림도 더 돋보인다. 이렇게 가슴 저리게 사랑하는 두 사람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하는데, 뒤에 나오는 글들 중, [재회]에 보면 한 때는 첫 사랑이었던 남자는 아내로 보이는 여자와 아이와 나란히 걷는 것을 바라보는데 실은 형수와 조카와 걸어갔다고 남자는 말하고 있다.

사랑하면서도 말로는 사랑한다고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 불임의 사랑 정도로 이름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아련하고 모호한 사이다. 결국 그 남자의 친구의 결혼식 예식장에서 첫사랑을 만나게 되는데 차마 만날 용기가 없어서 식이 끝나기도 전에 집으로 돌아 왔다는 남자의 모습이 쓸쓸하고도 슬퍼 보인다.

사실 혼자 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거나 보관할 필요도 없어서 방치한 여자의 냉장고를 보고 게으른 여자로 낙인찍어 버리는 답답한 남자, 뒤늦게 그런 사정을 이해하게 되는 남자의 때늦은 자각이 뒤틀린 사랑과 겹쳐지면서 책은 끝난다.

잘 수습되리라는 예상만 남기고 책은 끝난다. 잘 됐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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