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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 정호승의 새벽편지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4년 6월
평점 :
정호승. 나는 시인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1982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부문으로 당선된 적도 있으니 소설가이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는 저자는 카톨릭 신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면 절대자에 대한 고해성사 같은 뉘앙스를 주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그만큼 자기 성찰의 글들이 많다. 나는 이 책 제목,[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를 보면서, 제목에 나온 ‘당신’은 사람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이겠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 속에 있는 같은 제목의 글을 읽어 보니, 서로 이웃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그 글 속에 미국의 레드우드라는 삼나무와 강진 다산 초당 가는 산길에서 자라는 혈맥같이 길 위로 울퉁불퉁 뻗어 나온 굳건한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나무들의 이야기가 요즈음 우리나라의 현실과 대비되면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특히 이 책에 기록된 세월호 사고로 지금도 고통 중에 있는 부모들에 관한 이야기와 연결된다. 어느 여학생 아버지는 40일간의 무리한 단식으로 생명의 위태롭다는 기사를 접하며 슬픔보다 도 깊은 절망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은 고난을 당하면, 두 가지의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끓는 물속의 계란처럼 단단해지거나, 끓는 물속에서 오히려 유연해지고 탄력이 생기는 감자와 같은 반응이라는 것이다.
세월호라는 사고가 그 부모들에게 더 단단하게 한 것일까, 더 유연해지게 한 것일까를 생각해 본다. 어서 속히 이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고, 오랜 동안 사회적으로 발생한 반목과 불신이 치유되었으면 좋겠다.
저자는 마라톤 경주를 비유하면서,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데 몰두하기 보다는 다른 이들도 돌아보고, 인생의 의미를 깊이 관조하면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아련한 향기가 묻어나는 박항률화가가 그린 삽화가 있어서 더 좋다.
아련한 색감의 화폭에 새와 여학생의 담백한 묘사가 이 글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이 책 뒷부분으로 가면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러시어를 전공하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취업을 한 아들에게 보내는 글과 저자의 아버지의 그리운 손에 대한 글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이 책의 글들은 길지 않다. 딱딱하지 않다. 설탕으로 만든 솜사탕처럼 부드럽다.
각각의 글들이 독립적이지만 제각각이지 않고, 시인의 감성의 빛에 은은하게 빛나는 모자이크 조각처럼 섬세하고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