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리어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아마 근 50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1960년대라는 시대의 향기와 작가 자신의 청년시대가 녹아 있다.

아마 우리나라로 치면, 박정희대통령이 헐벗은 산에 사방공사라는 이름으로 나무를 심고, 새벽마다 확성기를 통해 새마을 노래를 힘차게 불러대며, 경제개발 계획을 착착 추진하며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자는 의지를 불태우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작가가 처음으로 쓴 책을 새로운 형식으로 재편집하여 개정판을 내 놓은 것이다.

이 작가의 고향은 일본 후쿠오카현이고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을 때, 논산에서 유아기를 보내고,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교 1학년 때 평양에서 패전을 맞아서 일본(이 책에서는 내지)으로 귀국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1945년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 상황에서 해방되고 일본에 들어 간지 1년 후에 저자의 어머니는 작고했다고 한다. 아마 일본의 입장에서는 패전을 당하였고, 그 어려움과 고생의 후유증으로 죽은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그의 이러한 특이한 이력 때문에 그가 어렸을 때 자라난 식민지 시절과 자기 나라인 일본에 대하여 복잡한 속내를 글로 적고 있다. 식민지 시대를 미화할 수도 배척할 수도 없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그가 어렸을 때 살았던 추억이 깃든 우리나라에 대한 아름다운 향수 등이 복합적으로 섞이는 감상을 적어 놓고 있다.

모든 작가들에게 해단되는 사항이겠지만, 그가 가장 첫 번째로 쓴 작품이 아마도 그 사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직은 덜 세련되고 어색한 부분이 부족하게 생각되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정직한 글이라는 반증이 될 것이다.

이 책에도 그런 냄새가 다분히 스며있는 것 같다.

작가가 새롭게 다듬은 영향이겠만, 이 책의 글들은 전혀 50여년전에 쓴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현세적이다.

저자는 자신이 어렸을 때 살았던 우리나라의 자연경관이나 풍습을 비롯하여 자신의 나라인 일본, 그리고 자신이 여행한 러시아, 북유럽 등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펼쳐 놓는다.

이 책에는 그 당시의 시대상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전후 세대들은 자유분방하게 요즈음으로 말하면 배낭여행 비슷한 세계 여행이 유행이고, 그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이나 복장 등이 작가의 예리한 시선과 손끝에서 포착되고 있다.

시간은 세월을 따라 흘러가지만 작가들의 글에서 채집되고 포박당하고 화석으로 보관되어 후세 사람들에게 전수되는 것이다. 지금은 잊고 있었던 맘보(바지를 다리에 붙게 입은 옷)라는 정겨운 말도 다시 만나는 기쁨을 얻기도 했다.

그리 길지 않는 잡문 형식의 글들을 읽으며, 그 당시의 일본의 풍경을 조우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작가의 글을 따라 흘러가는 생각의 흐름에 나를 맡기며, 인생과 삶의 한 순간을 관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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