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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라디오 - 오래 걸을 때 나누고 싶은 이야기
정혜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노란 책이다. 표지도 노랗고 책의 내지도 거의 노란색으로 되어 있다.
아마 이렇게 노란 책을 만든 것은 작가가 따뜻하고 포근한 이야기를 쓰려고 일부로 의도한 것으로 이해가 된다.
정혜윤, 앞 책날개에 있는 사진을 보니, 청순한 여고생 같은 분위기가 난다.
라디오 피디로서 이미 책도 몇 권 썼고,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우수한 프로듀서의 상도 받은 경력으로 보아 유능한 피디인가 보다.
무슨 이야기일까?
라디오 피디이니 참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이 든다.
책은 책장을 넘기자마자 온에어 상태다. 프롤로그를 한참 읽다보니 ‘어부와 사랑’이라는 본문이 나온다.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소설도 이토록 감동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쓰기 어려우리라. 어부라 하면 거친 바다처럼 거칠고 까칠할 것만 같은데 통영에 사는 이 어부는 동화책에 나오는 때묻지 않은 소년과 같다.
작은 물고기는 잡히면 놔 주고 금지 어종인 경우에는 풀어 주고 고기를 잡는 분이다.
한 마디로 법대로 사는 분이다. 어떤 분들은 불법조업도 마다하지 않고, 물고기라면 저인망이라는 방법으로 바다 속에 있는 갓 난 치어까지도 싹슬이하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신기하기만 하다.
그 어부는 부모도 모르고 자란 고아였다. 그러나,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이지만 그 어머니께 자랑스럽고 떳떳한 아들로 살고 싶었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답고 무거운 책임감인가?
이 어부는 또 생선회를 먹지 못한단다. 초롱초롱한 고기의 눈을 보면 차마 먹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늦게 만났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자기가 먼저 세상을 뜨고 난 후 혼자 남게 될 자신의 아내를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동이다. 세상사람 같지 않다. 하늘에서 내려 온 천사 같다.
또, 노점에서 냉장고도 없이 장사하는 아저씨, 시원한 바람은 버섯을 마르게 하기 때문에 바람도 달갑지 않고, 더운 날 자신은 땀을 흘리고 앉아서 버섯에게 부채를 부쳐 주는 애틋함,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경비아저씨는 그가 받은 박봉에서 한 달에 꼬박꼬박 2만원씩 기부한 이야기 들을 읽으며, 오염되지 않는 순수한 청정세상을 본다.
젊디나 젊은 라디오 피디의 바다 보다 깊은 통찰의 눈을 통해 이 세상에는 이토록 아름다운 사연과 사람들을 읽으며 세상이 참 따뜻하고 아름다운 곳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