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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와 바나나 ㅣ 테마 소설집
하성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4월
평점 :
‘소설은 사실과 거짓의 중간이다’고 마르트 로베르가 말했다고 한다.
이는 사실과 거짓을 다 아우르고 있다는 의미와 상통한다고 생각된다.
어떤 소설가는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만을 글로 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절대적 의미에서 논픽션이며, 다큐멘트 물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소설을 픽션이라고 부른다. 즉 가공되고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것이다.
두 권의 책, <한밤의 산행>과 <키스와 바나나>는 한겨레출판 문학웹진 <한판>에 1년여 동안 연재했던 26편의 단편소설을 두 권의 책으로 펴낸 역사테마 소설이다.
여기에 소개된 26명의 소설가는 1990년부터 2000년대에 등단한 중견 작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역사라는 테마로 소설을 썼지만, 역사를 보는 시각과 글을 쓰는 방식도 판이하다.
<한 밤의 산행>에 게재된 소설은 먼 것은 삼국시대의 이야기로부터 현재의 이슈인 재개발 지역 철거 반대투쟁의 사건까지 폭 넓다. 또한 이들이 소화한 문학 장르는 가상소설에서 개인 고백체의 사소설까지 다채롭기도 하다.
<키스와 바나나>에는 작가와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헤밍웨이’와 정신병원에서 화재로 숨진 비극적인 작가인 ‘젤다 세이어’, 자유의 여신상을 제작한 조각가 ‘바르톨디’가 돋보인다. 또 전두환,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로부터 2010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수원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이야기까지 등장인물의 지위도 천차만별이다.
나는 평소에 [작가들은 글 쓰는 소재의 빈곤으로 애를 먹겠구나>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가끔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내 걱정은 한낮 기우였음을 확인한다. 작가들은 소재가 없다면 하늘에 올라가 별이라도 따다가 글감으로 활용할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다.
이들의 촉감은 민첩하고 시각은 예리하다. 그리고,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뭐라고 시원하게 설명할 수는 없어도 이들의 글들은 강한 실험정신과 탐구정신이 엿보인다.
또한 소재가 희귀해서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글들에서는 때 묻지 않은 신선함이 묻어난다.
나는 두 권의 소설들을 읽으며, 인문 공부도 하는 어부지리의 득을 보기도 했다.
미국 추상표현주의라는 기법의 선구자인 ‘폴록’을 알게 되었다. 이 사람은 막대기나 팔레트나이프를 이용하여 물감이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들을 던지고 흩날리고 뿌리는 등으로 ‘액션페인팅’화법을 구사했다 한다.
또, 캐나다의 천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를 알게 되었다.
그는 50의 짧은 생애를 독신으로 살다간 ‘건반 위의 제임스 딘’이라는 별칭을 들을 정도로 미남이었던 것이다. 특히 그는 ‘바흐’음악의 독보적 존재로도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것이다.
이 귀한 책을 야심찬 기획물로 연제하고 출판한 한겨레출판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