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변하지 않는다 - 그리움 많은 아들과 소박한 아버지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
박동규.박목월 지음 / 강이북스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박 목월시인이 타계하신 지 24년,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는 긴 시간이다.

또 저자의 어머니를 여윈지는 5년이 흘렀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자녀들이 부모님들의 사랑과 정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유효기간은 얼마일까를 어림 계산해 보았다.

이 책은 시인의 아들이며,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역임하신 박동규님이 육신의 아버지와어머니와의 추억을 기록해 놓은 책이다.

이 책은 부모와 자녀간의 사적인 추억담인 동시에, 한 가정의 가족사이고, 좀 더 범위를 확대하면 6.25 전쟁 당시의 혼란하고 어려운 시대를 그린 민족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타계하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애틋하게 회상하는 이 글이 우리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박목월시인도 우리와 동시대를 똑 같이 곤궁하게 살았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6.25전쟁을 겪으며,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적도 있고, 인민군들에게 잡혀가서 취조를 받기도 했고, 양식이 없어서 굶기도 하고, 식사 구걸도 하면서 어려운 때를 살아 온 이야기를 읽으며 잊었던 아픔을 다시 공감하는 연민의 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만들어 준 덧신을 신고 함께 떠난 불국사 구경을 하다가 신발이 해어진 바람에 맨발로 걸어 다니다가 놀림감이 될 때, 목월 시인은 저자를 업고 구경했다는 이야기. 저자가 중학교에 다닐 때 100점을 맞아 오면 사 주던 과자, 서커스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천막만 구경하기로 하고 아버지의 자전거를 타고 와서 개구멍으로 들어 가 구경을 했던 추억들이 아련하기만 하다.

시인은 밥상을 책상으로 사용하면서도 아들인 저자에게 책상과 의자를 사 주던 애틋함, 저자가 대학생일 때 자신에게는 구두를 사 주셨지만, 정작 시인이 신고 있는 구두는 뒤축이 헐어 발뒤꿈치가 보이는 낡은 구두를 신고 있었다는 글을 읽으며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보편적인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저자가 조등학교에 다닐 때, 친구가 백화점에서 사 입은 스웨터가 입고 싶어서 추석빔으로 어머니에게 부탁하였고, 양말 한 켤레를 받고 서운해서 울었고, 어머니는 눈물을 닦아 주셨다. 그리고, 추석이 지나 찬바람이 불어 올 때 저자 모르게 손수 뜬 수제 스웨터를 입혀 주셨다는 감동적인 이야기. 또, 대학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친 시인은 안감이 다 닳아 빠져서 군데군데 뭉그러져 있는 양복이면서도 저자에게는 새 양복을 사 입히셨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코끝이 찡해오는 통증을 느낀다.

이런 추억이 다시는 올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는 특별하지도 희귀하지도 않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가정의 달인 5월이 다 지나가는 때에 읽은 이 책은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 온다.

부모에 대한 효도의식도 식어져 가고, 가정에 대한 결속력도 희미해져가는 세태를 돌아보면서 이 평범한 이야기가 결코 평범하게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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