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의 시간을 담다 - 시간을 수집하는 사진가
구본창 글.사진 / 안그라픽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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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는 [모든 권력에 대한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라고 했다.

나는 이 말을 [모든 예술에 대한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문학작품이거나 음악, 미술, 조각, 영화나 연극, 사진 등 예술 작품은 따지고 보면, 순간을 포착하고, 갈무리하여 오래토록 저장해 두고자 하는 작업인 것이다.

 

시간은 물이나 바람처럼 지나간다. 그리고 우리의 생명도 유한하다.

우리는 이 유한의 한계를 확장하여 할 수 있는 한 오랜 기간 동안 간직하고 연장해 보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는 것이다. 글로 남기기도 하고, 그림을 그려 놓기도 하고, 음악으로 저장해 놓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 보관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는 화석의 역사라 할만하다.

세월에 빛이 바래고 망각되어지는 순간들을 우리가 고안한 다양한 방법들로 소유하고자 하는 것이 곧 예술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구본창 사진작가의 글과 사진으로 엮어져 있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무역회사에 취직하여 근무하다가 뒤늦게 독일 함부르크에 유학하여 사진을 전공하게 된 특별한 이력을 가진 사진작가다.

 

그는 사진을 통해 인간적인 가장 보편적인 정서와 삶의 통찰을 다루고자 한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사라져 가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채집하여 매 순간의 공명을 담아내고자 함이다.

 

그는 예술작품을 찍든 클라이언트에게서 의뢰를 받은 상업사진 찍든 그 사진들을 통해 세상과 사람들에게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늘 고민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의 소통 방식은 사진을 통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 유학파인데다,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많이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 탓으로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많이 알려진 작가다. 그래서 그의 초기 작품은 주로 서구적인 분위기가 많았지만, 점점 그 서구적인 것에 우리 고유의 멋과 혼과 정서가 담아 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으로 보이는 외형적인 모습보다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모습들을 담고자 고뇌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그의 [백자]시리즈에서 백자의 외형적인 형태보다는 그것의 내면에 흐르는 깊고도 단아한 혼을 담아내고자 인물사진을 찍듯이 촬영했다고 고백한다.

 

사진은 자신의 의도하는 바를 기계로 촬영하는 기술이다.

그러므로 직접 손으로 만드는 다른 예술 작품들 보다 덜 통제적인 예술품이다.

그만큼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사진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피사체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독일에서의 수업은 하나의 주제를 깊이 연구하고 자신의 것으로 온전히 소화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작 위주의 작업을 하면서 사진 찍는 기술을 배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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