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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잣거리의 목소리들 - 1900년, 여기 사람이 있다
이승원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4월
평점 :
저잣거리는 말부터 약간 생소하게 들린다.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저자는 한문의 시장 시(市)를 이름이니, 쉽게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잣거리의 목소리들]이니 민초들이 시장에서 주고받았던 소소한 이야기들 정도로 이해가 된다.
특별히 이 책은 1897년 고종이 아관파천을 끝내고 경운궁으로 돌아 온 때로부터 1910년 3.1운동이 일어날 때까지의 13년 동안의 대한제국 시절의 이야기이다.
이 시기는 그 동안 주로 중국에 종속되어 사용하던 군주의 존호인 ‘왕’을 황제로 격상하여 부르고, 독립적 연호를 천명한 조선 역사상 미증유의 사건이었다.
러시아 공사관에 있던 고종황제는 경운궁으로 환궁한 후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올랐다.
1897년 10월 12일 황제즉위식을 거행했다. 왕의 신분에서 황제로, 국호는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연호는 광서에서 건양, 다시 광무로 전환했던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시대의 변환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은 그 삶을 오롯이 온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야 했기에 저자는 그 때의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는 통증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이는 시대를 넘어 오늘 우리의 삶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의 중심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 것은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화백의 시사만평(삽화)이다. 그러나, 시사만평은 고도로 압축된 상징체계이자 알레고리이기 때문에 이면에 있는 픽션을 모르고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림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시사만평에 생략되고 함축된 사회상을 확인해 내기 위해 그 당시에 발행된 [대한민보] 신문의 3면 기사를 중심으로 저잣거리의 세상살이를 재구성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도 수없는 사건 사고가 있었기에 그 사건 중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사만평과 기사를 고르고 살과 근육을 붙여서 스토리로 구성한 것이다.
1998년 안동에서 어떤 신원을 알 수 없는 오래된 묘를 발견하다가 그 묘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발견한 적이 있다. 이 편지는 약 400년 전, 조선 시대 후기의 것으로 추정된 것으로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며 적은 편지로 확인된 적이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생활의 형태와 모습은 다를지라도 사회면을 채우고 있는 기사들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공인의 스캔들, 사기와 도박, 절도와 실인에 이르기까지 온갖 사건 사고 기사가 넘쳐 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신문 3면을 채우는 기사들은 정사이기 보다는 야사들에 속하는 성질의 것들이고, 가십이나 미확인된 소문들도 섞여 있으니 다 믿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때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이 보다 더 좋은 자료도 없을 듯하다.
특히, 그 시대를 반영할만한 15개의 내용 중에는 이완용과 그의 며느리의 불륜과 같은 스캔들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