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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숨을 쉬고 있는 것이요, 살아 숨 쉬고 있는 자신을 알 뿐 아니라 타인의 살아 있음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세상은 온통 경기도 모 고등학교의 선박사고로 인해 발생한 희생자들 때문에 슬픔에 잠겨 있다. 산다는 것의 허망함, 사랑할 기회를 영원히 놓쳐 버린 절망감, 함께 그들의 고통과 슬픔에 동참해 주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등으로 가슴을 치는 유가족들을 보면서 함께 아파하고 신음하고 있다.
인생의 정오, 이 말은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중년에서 차용해 온 말이란다.
아마 우리 인생을 하루의 시간으로 환산하여 인생 중반전을 의미한 시간개념일 것이다. 백세 시대라고 하면 오십이 정오가 될 것이다. 최근에 내가 본 책 중에는 인생의 중반전을 나이 사십으로 보았던 적이 있다.
그 책의 저자는 삼십대까지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 온 시기라면, 사십의 나이는 자기 뿐 만이 아니라 주변까지를 챙기며 살아가는 시기이고, 또, 삼십대까지는 주로 육체 노동을 하지만 사십대부터는 머리를 써서 살아가는 시기라고 정의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는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한 지면을 넘지 않는 짧은 단문들로 채워져 있다.
좋은 책이란 내용이 많은 책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책이라고 말하였는데 바로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이승에서 통화가 가능할 때 전화 드리자], 이는 자녀가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려야 함을 함유하는 말인데, 진도 앞 바다에서 자녀들을 잃고 애타하시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이 보다 더 절절한 말이 없을 정도다.
또, 옥상에 말리는 빨래처럼 살자는 대목도 있다.
살다보면 물 먹은 빨래처럼 축축하게 힘이 부칠 때가 있는데, 그 때는 바람이 잘 드는 옥상 에 올라가서 잠시 쉬다 보면, 빨래처럼 보송보송하게 마른다는 것이다.
참 좋은 비유의 말이다. 가끔 슬픔을 당할 때도 있겠고, 습기가 온 몸으로 배어 나는 어려움을 만날 경우가 있겠지만, 잠시의 삶의 휴지를 통해 기분을 전환하고, 새 힘을 공급받고, 힐링을 경험하자는 위로의 메시지로 이 보다 더 적당한 비유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마음의 체를 가지고 살자는 비유는 또 얼마나 산뜻한가?
[너무 촘촘하게 세상을 살지 말자. 힘들다. 그저 남들처럼 숭숭 뚫린 마음의 체로 설렁설렁 살자] 저자는 인생의 정오를 살고 있지만, 이미 황혼에 당도한 사람처럼 인생을 달관한 사람이 분명하다.
세상의 팍팍한 이해를 떠나서 여유를 가지고, 손해도 감수하고, 일부러 저 주고 물러나 주기도 하면서 넉넉하게 베풀며 살자는 여유가 배어난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시원하고 통쾌하다.
바쁘고 쫒긴 일상에 이 책의 글들을 언뜻언뜻 보면서 마음의 휴식을 취하면 딱 좋을 형식이며, 내용이다.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떨쳐 버리고, 넘겨지는 대로, 시간이 되는대로 가볍게 읽어도 충분한 마음의 양약이 되는 글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