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즐거움 - <걷기예찬> 그 후 10년
다비드 르 브르통 지음, 문신원 옮김 / 북라이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길, 그리고 도로.

이 책은 길에 대해서, 길의 존재와 의미, 그 철학에 대해서 담담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게 기록하고 있다. 길은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이어 주는 연결과 소통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사는 동안 일초일각도 지체나 쉬임없이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생을 나그네라고 표현하고 있다. 오늘 살아 있음은 어제 다 하지 못한 길을 가는 것이며, 내일로 가는 길을 연결해 주는 과정이다.

저자는 10년 전에 걷기 예찬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다.

이 책은 그 후 10년의 글쓰기의 길을 걸으며, 또 다른 만남과 경험을 썼다고 한다.

그러므로, 길을 걷는 사람은 똑 같을지라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예전에 걸었던 길을 전혀 새롭게 걸었음을 이야기한다.

걸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 속에 똑 바로 서는 일이라고 말한다.

깨어있는 의식이 선재되어야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걷는 것은 자신의 길을 되찾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요사이는 건강을 위해서 걷기가 유행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길은 기능이나 유효성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어찌 보면, 그냥 걷기를 추천한다. 그냥 앉아 있으면 죽어 있는 생명이요 걸을 때에야 비로소 살아 있음을 말하고 있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삶이 편리해 질수록 사통팔달 도로가 놓여진다.

점점 더 그 도로가 많아지고, 더 넓어지면서 상거(相距)는 가까워진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여유나 행복감은 점점 더 줄어졌음을 안다.

도로는 빨리 달려야 한다는 강박과 긴장이 있는 반면, 호젓한 길에는 느림과 여유가 있다.

도로가 있는 곳에는 상대방과의 치열한 경쟁이 있지만, 길에는 온전한 내적 사색과 성찰이 있음을 안다.

도로는 달린다는 것은 스스로는 앞서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쫒기는 삶이며, 남을 뒤 쫒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날마다 숨 가픈 경주이고, 달리는 것이 하나의 목적이 될 때, 우리의 삶은 그만큼 피폐해지는 것이고, 삶에서 우리는 항상 ‘을’의 입장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를 생각할 여유도 없이 오로지 빨리만 달려가기만 한다면, 그 과정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며, 무의미함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길을 걷는 사람은 자기 시간의 유일한 주인]이라고 말한다.

참답게 주인의식으로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도로를 달려가지 말고, 나만의 길을 한가롭게 거니는 것이 진정한 나를 찾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길은 바다나 산에 의해서만 끊긴다. 그러나, 거기서 내 길은 결코 멈출 수 없다.

이 책 속에서는 위대한 길을 걸어간 다양한 분야의 선각자들을 만나는 기쁨이 있다.

만약 속도의 경제만을 추구하는 문명의 이기인 차를 타고 갔다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귀한 가르침이다. 느리게 걷는 것은 결코 손해나 뒤 처짐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베푸는 가장 귀한 호사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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