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는 바다가 놀이터이고, 집이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오는 검은색 수놈 청둥오리와 하얀색 암놈 오리는 부화기에서 부화되어 지하철역에서 소년에게 팔려서 아파트에서 길러진다.

소년 집은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로서 소년이 다니는 학교와 소년의 어머니가 다니는 대학교 가까이에 있었다. 남자 주인은 공무원이고, 사모님은 대학교 교수로서 인정도 많아서 오리들을 잘 대해 주었다.

그 집에 살면서 두 오리는 이름을 얻게 된다. 수놈 청둥오리는 <닥터 지바고>의 남자 주인공인 ‘유리’로, 암놈 하얀 색 오리는 여자 주인공인 ‘라라’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근 1년 정도 아파트 베란다에서 길러져서 어른 오리가 되었을 무렵, 이웃 주민의 신고로 더 이상 아파트에서 살지 못하고 수련원으로 옮겨져 살게 된다.

특히 유리의 이름을 가진 청둥오리는 서울 청계천에서 노는 오리들을 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하여 점점 의문을 갖게 된다.

그 정체성은 수련원 옥상에서 살게 되면서 더 강해져서 자신도 하늘을 날 수 있는 오리라고 믿게 되고, 옥상에서 지상으로 뛰어 내리는 모험을 감행하게 된다.

그런 오리를 본 관리할아버지는 자신의 집으로 오리 부부를 데리고 와서 살게 된다.

대학교 교수인 소년의 어머니는 안식년을 맞아 소년과 함께 1년간 미국에 갈 계획을 세우게 되고, 종합 검진에서 건강에 이상이 발견되어 출국을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그 인정 많은 여자 교수님은 사망하게 되고, 그 충격으로 소년 또한 실의에 빠지게 되자 오리부부가 사는 할아버지 집으로 내려 와서 오리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사이 청둥오리는 갈매기와 야생오리들을 만나면서 하늘을 나는 연습을 하면서 꿈을 키워간다.

오리의 가족은 사람들과 함께 살기 보다는 생명의 위험과 불편이 있더라도 따로 살아야 한다는 자각을 하게 되어 갯바위가 있는 바다가로 이사를 한다.

그러나, 항상 자기들을 길러 주고 보호해 준 마음씨 착한 할아버지 내외와 집이 그립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오리들이 보고 싶으면, 갯바위로 나오신고, 오리는 오리대로 할아버지가 사는 집을 찾아 안부를 전한다.

작가는 오리들이 우리와 똑 같이 사람의 감정을 갖고, 사람들과 교감하도록 표현하였다.

비록 말을 못하는 오리이지만, 주인집을 그리워하고, 인정 많은 교수님의 사망소식을 듣고 슬퍼하는 대목에서는 진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한다. 비록 오리는 바다로 나가서 살지만 언제까지라도 자기들을 돌봐 준 사람들을 기억하며 사는 이야기가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소년의 엄마가 하늘로 가던 날 하늘에는 무지개가 떴고, 그 무지개를 오리도 느꼈던 그림이 죽은 이와의 강한 공감대를 형성해 준다. 또한 죽음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것임을 오리도 알게 되는데, 그 오리들에게 소년은 다음과 같이 다짐한다. 이 다짐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나는 엄마가 늘 나를 곁에서 지켜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보란듯이 씩씩하게 자라서 훌륭한 어른이 될 거야. 너희들도 그래야 해. 나하고 떨어져 있어도 늘 내가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튼튼하게 자라야 돼(18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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