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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
에밀 시오랑 지음, 전성자 옮김 / 챕터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꼭 자기 생일을 저주하는 구약성경에 나오는 욥을 연상하게 한다.
책 내용은 그래서 그런지 밝거나 유쾌하기 보다는 침울하고 무겁다.
저자는 말한다.
‘죽음으로써 잃어버리는 모든 것을 우리는 태어나면서 이미 잃어버렸다. 모든 것을-’
우리와 같은 범속한 사람들의 수준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살아 있음을 축복으로 여기고 삶에 대해서 감사하면서 살아가라는 말을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 저자는 삶도, 죽음도, 존재도 부(비)존재도 다 똑 같다고 말한다.
저자는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려서 자살의 유혹까지 받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 절망과 고통의 정도를 헤아리기 어렵다.
아마 그 고통의 터널을 거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스스로가 정립한 성찰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한 권의 책은 연기된 자살이다’고 적고 있다.
이 말의 이면에 담긴 의미를 추적한다면,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자살을 유보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 책을 쓰지 않았다면, 자살을 실행했을 것이라는 말인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이야말로 저자를 끝까지 살아 있게 했던 명분이 된 것이다.
‘죽음이야말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연이 발견해 낸 가장 좋은 것이다. 죽음과 함께 모든 것이 소멸하고 모든 것이 영원히 중지된다.’ 이 정의는 불교적 사고에 빠져 있는 서양의 철학자인 저자의 사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상은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사람은 한 번 죽는데, 죽은 후에는 누구나 예외 없이 심판을 받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곧 죽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는 것이 과정이듯이 죽음도 하나의 과정이라는 인식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은 세상에 괴로워하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스스로 괴로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시간’이 그를 고문할 때마다, 자신과 시간 중 하나는 죽어 없어져 버려야 한다고 하면서 잔인한 대면을 하였다는 것이다.
시간과 자신과의 싸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경우인가?
시간은 곧 신(神)의 소유이며, 영역이기 때문에 시간과 싸운다는 것은 결국 신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으로 이미 그 승부는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말은 그가 당하고 겪고 있는 고통의 크기와 정도가 얼마나 심각하고 처절했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고통을 참고 견디기 보다는 그 고통을 준 신과 죽음을 걸고 세상의 모든 괴로운 사람을 대표해서 결투라도 해 보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존재가 곧 고통이라는 등식을 바탕으로 저자의 염세적인 사상을 기록해 놓은 책이라고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