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이 별처럼 쏟아지던 날 문학의 즐거움 44
우현옥 지음, 흩날린 그림 / 개암나무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우현옥작가. 그의 기억의 창고에서 풀어 낸 한편의 동화가 따뜻하면서도 애틋하다.

이 책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쓴 동화라고 해야 할지, 어른들을 대상으로 쓴 동화라고 해야 할지 선뜻 정의하기가 어렵다.

이 책에 나온 봉희를 중심으로 한 그의 친구들인 상구와 순애, 종대와 덕주는 곧 6,70년대를 살아 온 친구들이다. 요즈음의 애들에게 이 이야기는 도통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배경이 되는 농촌 풍경도 풍경이겠지만, 생활의 수준이나 도구들도 도통 이해할 수 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온 농기구나 밥업들은 자연사 박물관 같은 데서나 겨우 구경할 수 있는 것들이다.

컴퓨터 게임에 익숙한 요즈음 아이들이 봄철에 나뭇가지로 만들어 불었던 호드기를 알 턱이 없고, 봄에 피어나는 참꽃이나 찔레 순을 알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인지, 그 당시 어린이로 살아 왔던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보리 서리를 하고, 감자 서리를 하고, 보리 탈곡기를 이용하여 보리타작을 하고, 이엉을 엮어서 초가지붕을 얹던 기 시절을 모르고는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농촌에서 도시로 이사를 하던 사람들, 도시로 식모나 봉제공장으로 직장을 잡아 돈벌이를 하러 나가는 어린 학생들의 이야기는 오래 된 사진첩에 간직한 흑백 사진에서나 봄직한 추억의 한 토막이다.

이런 애틋하고 정감넘치는 기억을 고스란히 재현해 낼 수 있는 분이 몇 분이나 될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걸동품과 같은 역사적인 기록물 같은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꼭 내가 살았던 고장의 이야기로 착각이 들 정도다.

소위 모내기를 하는 농번기에는 학교를 쉬면서 어른들의 일손을 돕는 경우도 있었고, 어린 동생들을 돌보면서, 어른들이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였다.

그리고, 새 참을 먹을 때는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서 등에 업은 동생을 데리고 부모님들의 일터로 찾아 갔던 추억들이 아련하게 생각난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 저녁마다 천정에서 올림픽 경기를 하던 쥐들 때문에 무섭기도 하였고 잠을 설친 기억이 난다. 모심기를 돕기 위해서 논에 들어가서 일하다가 거머리에 물리기도 많이 하였다.

무엇보다 책 제목인 ‘별처럼 하얗게 쏟아지던 감꽃’의 정감이 정겹기만 하다.

절대적으로 먹을 것이 부족해서 배가 고팠던 시절, 그 감꽃은 군것질 거리가 되기도 하였고, 감꽃을 실에 꿰어 목게 걸고 다니는 장식품이 되기도 했었다.

그 하안 감꽃처럼, 그 때의 기억은 하얗게 증발해 버렸지만, 그 향기만큼은 언제나 가슴에 가득하다. 그 감꽃을 함께 주으며, 놀던 친구들이 오늘따라 눈물겹도록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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