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김정남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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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 갈수록 [미시령 터널을 벗어나자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은 이역감이 느껴진다.(7페이지 2째 줄-3째 줄)]는 이 멧세시가 뇌리에서 또렷한 윤곽을 갖춰가며, 이 책을 묘하게 압축하고 있는 상징성을 부여 한다.

주인공이 자폐를 가진 아들과 함께 출발하는 죽음의 여행이라는 암시가 글을 읽는 내내 어떻게 결말을 맞을까 궁금하여 조급증을 준다.

실향민의 아들로써, 부친은 칼에 맞아 죽고, 어머니는 화재 사고로 죽고, 유일한 피붙이인 누나는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남편이 행방불명되었다가 변사체로 발견된 후, 1남1녀의 자식이 있는 이혼남과 재혼을 하지만, 실은 무늬만 부부로 살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주인공이 대학원 시절 학원에서 만난 수학 강사였던 아내 역시 주인공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처지의 불우한 자매였던 것이다.

이 소설은 1인칭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 효과가 더하겠지만, 주인공 개인의 고백적인 요소가 강하에 느껴진다.

주인공은 자살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태어나고 살아 온 중요 삶의 궤적들을 따라가며 인생을 정리 하는 장치를 마련해 주고 있다. 그 여행의 행선지는 고향인 속초를 시발점으로 학창시절과 군대생활, 결혼 생활 등의 사연이 있는 7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고 있다.

주인공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2년 전에 가출한 아내와 별거 중이며,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자폐아를 돌보고 있다. 재직하고 있는 대학교에서는 해고된 상태로서, 동료 교수들이 복직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어둠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희망의 끈을 숨겨두고 있다.

주인공과 자폐아에게 동시에 삶의 한 자락 명분이 되어 주던 아내는 부산에서 홀로 술집을 하는 처형의 일을 도와주면서 함께 살다가 불행하게 죽게 된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의 삶에 가느다란 끄나풀이 될 수 있는 희망의 촛불 마져 완전히 꺼져 버리는 철저한 암흑으로 일순간 일변해 버린다.

그러나, 이들의 동반 자살 여행은 성공했을까?

작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깊은 암시로 대신해 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살하지 않았음을 명시적인 글보다 더 강한 암시로 대신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호전 반응을 보이는 겸이의 자폐증세, 죽은 아내가 남겨 준 팔천만원이 넘는 은행 예금, 학교의 복직 소식 등은 주인공에게 살아야 할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과 명분이라고 생각된다.

[미시령 터널을 벗어나자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은 이역감이 느껴진다.(7페이지 2째 줄-3째 줄)]은 이 책을 관통하는 상징인 것이다.

그의 여행의 출발지의 절망은 목적지에서 눈부신 여명으로 대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살여행의 터널을 벗어나자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은 삶의 여명이 아침처럼 밝아 온 것이다]로 요약하여 정리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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