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혹의 카타르
지병림 지음 / 북치는마을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서른 살 지병림은 소설가다.
소설가는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을 오롯이 쏟아 가며 사는 운명이며, 토해 내지 않고 비우지 않으면 아파서 죽을 정도라고 하니 천상 타고난 글쟁이라고 할만하다.
또한 카타르 항공 국제선 승무원이다.
보통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왕복하는 강행군이 일상이다.
그리고, 비행이 끝나면, 스튜어디스로서의 업무를 마감하고, 턴오프가 생기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노트북 안에 붙어서 미친 듯이 글을 쓴다.
그리고, 턴어라운드 비행을 하는 시간에도 써 놓은 스토리를 어떻게 풀었다 맺었다 끝낼 것인가로 늘 머리 속은 글쓰기를 계속한다.
그가 사는 곳은 열사의 땅, 카타르-
집도 그립고, 헤어진 남자 친구도 그립기만하다.
지친 삶을 감당할 여력이 더는 없을 때마다 경건의 힘을 얻기 위해 수크 와키프 시장을 찾아나서는 영락없는 카타르인이다.
1년 중 가장 더운 아홉 번째 달은 라마단으로 지키며, 해가 뜨는 시간부터 지는 시간까지 내내 일절 단식하며 고행을 자행하며 기도에 전념하는 이들과 함께 살면서도, 그는 그들이 아닌 삶을 살고 있다.
라마단 기간에도 해가 떠 있는 내내 목마르면 마시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다.
그리고 그는 죄없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일 년 중 꼬박 한 달을 단식하며 고행하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나 온전히 그들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부유하는 이방인을 절감한다.
성경을 믿는 천주교 신자인 자신과 코란을 믿는 이슬람의 차이만큼이나 도저히 하나가 될 수 없는 간격이 존재해 있는 것이다.
46도를 넘나드는 더위의 카타르에 처음 오던 날, 고국은 전생처럼 아련하게 존재할 뿐이었다.
진주를 캐 먹고 살던 그들이 가스 발견으로 하루아침에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된 축복의 나라. 그러나, 그녀에겐 먼지가 풀풀 날리는 사막일 뿐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첩으로 시집을 가려는 여자를 피해 이사한 또 다른 여자는 아예 된장 냄새 나는 요리를 못해 먹게 하는 것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당하면서, 스스로 도망쳐 나온 그 순진하고 불쌍한 여자를 연민한다.
61세, 파키스탄계 미국인 바우커씨의 심장마비의 사망 사건, 그의 죽음이 마치 자신의 책임인 것 같아서 괴로워하고, 밤마다 환영으로 시달리고, 4개월 간의 승객 사망사건 조사를 받으며 ‘어느 순간 도전을 멈추고 방향 없이 남아도는 에너지를 흩뿌리고 다니던 자신을 꽉 잡아 주기 위함‘이라고 성찰하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비행은 생활과 자아실현을 뛰어 넘은 그 이상의 무엇이다. 적당히 머물다 떠나는 환승역이 결코 아니다. 비행은 생기로운 삶이고 경건한 의식이다.(146-147페이지)]
이 말은 저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님을 안다.
[용서해 주소서. 망각하게 하소서. 사랑하지 않게 하소서.(227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