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청우탁 - 문식 ㅣ 인문학 수프 시리즈 4
양선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3년 11월
평점 :
우청우탁, 일견하여 책 제목으로는 고사 성어를 풀이해 놓았거나, 사서삼경 류의 중국의 고전을 해설해 놓은 책 정도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쳐서 찬찬히 내용을 확인해 보니, 저자는 소설가이면서 교육 행정가이신 분이 우리 주위에 흩어져 있는 인문학에 대하여 써 놓은 글이다.
이 분은 이 책을 굳이 ‘문식’이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명명하기를 고집한다.
저자는 ‘읽고 쓰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렇게 표현했다고 그 저의를 설명한다.
저자는 그가 쓴 저자의 말에서, 문학은 공허한 사유나 관념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체험되는 피와 땀의 결실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문학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을 구원하는 최초, 최후의 수단(6페이지)’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이와 같은 문학에 대한 인식은 이 책의 첫 번째 내용인 연암 박지원의 ‘소단적치인’이라는 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연암은 글쓰기를 전투에 비유했는데, 저자는 연암의 비유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글쓰기의 금과옥조를 삼는다고 고백하고 있다.
아마, 이 연암의 글이 이 책 전체의 내용을 아우르는 상징적인 의미와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보여 진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30년 전 쯤, 성공한 선배 작가로부터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평가들에게 먹기 좋은 먹잇감을 던질 것과 가급적이면 문장은 3(4)∙4조에 맞추어 쓰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자신의 소신껏 글을 써 왔다고 자성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동화, 소설, 시, 기타 문화적 매개물에 대하여 원론적인 내용과 사족이라고 하는 개인적인 의견들을 대비시키면서, 작품들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방법론을 적어 놓고 있다.
특히, 황순원과 헤르만 헤세가 쓴 작품에 대하여 많은 내용을 할애하였다.
황순원 소설의 본령을 ‘에로티즘’으로 정리하면서, 그 양태를 소년기 에로티즘, 삼각관계 에로티즘, 나르시시스트 에로티즘으로 대멸하여 작품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헤르만헷세는 ‘카를 구스타프 융’의 제자 J,B랑과 함께 정신분석을 연구하고, 융과의 교류를 통하여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이 그의 유명한 작품, 마흔 이후에 쓴 데미안에 반영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유명 작가가 된다는 것은 자기 식을 관철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 한다’(198페이지)‘고 결론 짓는다.
저자가 서두에서 정의한 대로 문학은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체험되는 피와 땀의 결실임이 ‘푸른빛과 싸우다-등대가 있는 바다’에서 실증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송재학이 쓴 이 시는 선뜻 의미 파악이 쉽지 않는 난해한 시에 속한다.
이 시를 저자는 시인의 의도까지를 파악해 가면서 조근 조근 섬세하게 풀이해 준다.
‘시는 입에 넣기만 하면 자기가 알아서 녹는 달콤한 초컬릿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는다.
시를 감상할 때는 말뜻, 느낌, 어조, 의도 등을 두루 살펴야 ‘시의 시간과 공간’에 들어 갈 수 있음을 가르친다.
즉 시인과의 동일화가 필수라는 말로 이해가 된다.
문태준의 가재미의 시를 설명하면서, ‘살아서의 모든 일도 살아서는 모릅니다. 우리의 삶은 결국 죽어서야 알게 될 활어관 속의 넙치와 같은 것입니다’의 말은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다.
한 편의 길지 않는 시어 속에서 이토록 깊고 높은 철학과 사유를 담을 수 있음을 깨달으며, 짧은 시 한 편도 우주와 같은 무게임을 비로소 알게 해 준 저자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