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추억하는 것은 모두 슬프다 - 나는 아버지입니다
조옥현 지음 / 생각의창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나이 들면 추억하는 것은 모두 슬프다

 

이 책은 90세가 된 어느 할아버님이 쓰신 책이다.

이 할아버지는 33년 동안 교직에 계시다가 은퇴하신 전직 교사님이시다.

지금은 불광동 근처 단독 주택에서 79세된 할머님과 함께 살고 계시는 분이시다.

 

할머님은 치매증세로 고생하고 계신다.

이 책의 모든 내용은 할아버지가 평소 메모해 둔 내용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책의 내용들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꾸미거나 덫 칠하지 않고 맨 낯 그대로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이 책은 어린이들이 쓴 동시처럼 단순하고 담백하다.

어른이 쓰신 노시(老詩)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싶다.

 

매일 살아가는 일상을 일기 쓰듯이 느껴지는 감상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어 놓았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으면 절로 공감이 되어 눈이 가는 그대로 마음도 하나가 된다.

한 마디로 늙는 게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쓸쓸하고 덧없음을 조곤조곤 말씀하고 계신다.

 

누구나 이 범주와 이 방향을 크기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 책을 쓴 어느 할아버지의 이야기이며, 곧 내 이야기인 것이다.

장래 다가올 내이야기를 미리 읽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한 편으로 씁쓸하고, 한 편으로 걱정을 해 본다.

 

이 할아버지와 엇비슷한 연세의 어느 여류 시인이 최근에 발표한 열일곱 번 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에서 읽은 한 편의 시가 오버랩 되기에 여기에 짧게 인용해 본다

 

[숨 쉬는 공부가 의료 처방의 첫 과제이다. 깊게 들이켜고 최대한 뿜으라 한다.

주야간 수시로 연습하란다. 모태 안의 태아일 때부터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일 기본 아닌가. 숨 쉬는 일 그 가련하고 죄 없음. 각자 단독으로 행하며 동서고금의 동일방식인 점. 옛 사람과 후세 사람들이 공평하게 위에 준하는 점. 멈추지 말 일이나 영원한 휴식 예약 됨. 중략]

 

이 시인의 시가 곧 이 할아버지의 책을 잘 압축했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의 의미가 그저 열심히 호흡하고 있는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정도로 이해가 된다.

 

참 안타깝고 짠한 생각이 든다. 어른에게 실례가 되지는 않을까?

치매로 고생하시는 50년지기 반려이신 할머니의 병세가 걱정되고, 먼저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사건이 발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고 하루하루를 사신다.

 

그래서, ‘시설에 맡기지 말고, 치료는 포기하지 말라는 유언장을 아마 자녀들이 보라고 써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소망은 남편 되신 할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이겠지만, 자녀들이 그 유언을 이행해 줄지가 솔직히 걱정된다.

 

내 미래의 이야기를 이토록 진지하게 말해 주시는 할아버지 내외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즐겁게 사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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