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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아, 고맙다 - 시를 쓰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신동호 지음 / imagine&Road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알 것 같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다. 책 제목부터가-
분단이란 세계적으로 유일한 한반도, 우리나라의 형편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인데, 그 쓰리고 아프다고 해도 모자라는 형편을 고맙다고 하니 갓 쓰고 자전거를 타는 어리신 모양새라 영 어울리지가 않고 생뚱스럽다.
지금도 동부 전선, 중부 전선, 서부 전선에서 불철주야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이 이 책 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들을 할까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처음 이 제목을 보고, 분단이라는 사람의 이름, 그것도 여자의 이름이겠거니 생각하기도 했다. 그 이름은 나름 시골틱도 하고, 에로틱도 하고, 순수하기도 하고 부르고 외우기도 편한 이름 같았다.
그래서 막상 책을 읽어 보니, 애 생각과 선입견은 잘 못되었음이 단박 확인되었다.
이 책 제목의 ‘분단’은 우리나라의 남과 북의 실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시인이다. 그러니, 전쟁의 살벌한 현실도 고맙게 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생각된다.
그 분단의 깊은 상처를 어루만지며, 꽃같이 돋아 날 화합과 일치의 새 살을 확신하고 있음을 알 것 같다. 작가는 원래, 고래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되고자 했단다.
그러나, 친구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면서, 첫 사랑의 신산한 고통과 달콤한 설레임, 하얗게 지새우는 수 많은 잠 못 이룸을 통하여 백일장에도 당선되고, 한 지방지의 신춘문예에 시인으로 당선되어 등단하게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리고, 이 작가는 참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다.
대학시절에는 공부하는 강의실 보다 최루탄 연무가 자욱한 길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단다.
전대협,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약자다.
요즈음은 듣거나 보기가 귀하지만, 10여년 전만해도 이 단어는 신문지상에 단골 메뉴처럼 큰 글자로 장식된 단어였다.
이 말 뒤에는 의례히 긍정적인 말보다는 부정적이고 말이 따라 붙었다.
이 단체의 문화국장을 지내다가, 서울구치소의 경험을 했단다.
그 영어의 몸으로, [겨울 경춘선]이라는 첫 시집을 받아 보았다니,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언바란스하기도 하다.
그런 탓일까? 이 책의 글들인 우리 시대의 문화, 정치, 남북관계 등의 이야기 모두가 온돌방 아랫목처럼 단내가 나고 오롯하다.
글의 주제들은 하나같이 예리한 각을 지녔으나, 그것을 표현하는 말들은 글을 쓴 작가를 닮아서 조약돌처럼 몽글몽글하기만 하다.
그렇다. 사물의 실체와 내적 감상은 불일치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들은 사물을 보는 이의 프리즘의 각도와 색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그런 연유로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살벌하고 긴장된 분단의 현실 앞에서도 한없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숙연하기까지 하다.
사상과 이념의 잣대로 보면, 우리나라의 형편은 작가의 젊은 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구꼴통이냐? 종북이냐? 접점 없는 평행선만 존재한다고 지레 포기하지 말 일이다.
이 세상의 이치는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귀결됨을 잊지 말 일이다.
고맙다, 분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