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독이는 한국의 명수필 : 살며 생각하며 느끼며
피천득 외 지음, 손광성 엮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한국의 명수필’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이 나에게 주는 유익을 절감하는 기회가 되었다.
수필은 일정한 격식이 없이 보고 느끼는 소감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적은 글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언뜻 생각하면 참 쉬운 장르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수필은 모든 문학의 근본임을 알아야 한다.
수필은 시이기도 하며 소설이기도 하다. 일정한 격식이 없는 중에 일정한 격식이 요구되며, 들뜨지 않으면서 깊고, 뜨거운 감정이 차분한 문장의 형식으로 정리된 글이 수필이라고 알고 있다.

수필은 맛과 향이 완숙한 과일 같은 문학이다.
사물의 형태와 형식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심층에 존재하는 근본과 중심과 이치를 쓰는 것이 수필의 본류라고 이해한다.
그러므로, 수필은 천근만근 무겁고, 심해처럼 깊다.
이러한 수필의 특징 때문에 수필을 읽으면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고 이치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한국수필 중 유명한 분들이 쓴 수필을 정선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한국 수필을 대표하는 63편의 명수필이므로 역사적인 의미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각 수필에 담긴 내용은 고스란히 내가 살아 온 과거이며 역사였음을 확인했다.

오래된 앨범에서 흑백사진을 볼 때와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글로 표현된 사진이라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까?
그 수필이 쓰여 질 당시의 삶의 형편이나 시대적 배경, 한 문장 한 문장의 진폭과 농담, 각 작가들의 예리한 시각으로 짚어 낸 통찰력, 행간에 흐르는 감흥의 흔들림까지 깊은 공감이 되었다.

이 작가들이 쓴 글들은 우리가 살았던 삶의 편린들을 써 놓았다.
내가 살았고, 보고 들었던 것을 그 분들이 대신 써 놓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래서 각 수필이 더없이 친근하고 정겨웁다.

수필은 소설처럼 길지 않다. 그리고 시처럼 짧지도 않다.
그러나, 수필은 일정한 스토리가 있는 소설이며, 스스로 내부적 운율을 가지고 있는 글이다.
그리고, 수필은 그리 길지 않다. 긴 수필이라고 해 봤자 ‘이 상’의 권태 정도이다.

그러나, 이 짧은 한 편의 수필이 주는 감동은 장편소설 한 권이 주는 것보다 더 크고 깊다.
예를 들면, 목성균이 쓴 ‘행복한 군고구마’는 단 6쪽에 불과한 짧은 글이지만, 그 글이 주는 감동은 지금도 잔잔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글의 감동으로 말하자면 이 책에 있는 모든 작품에 다 해당되는 경우가 된다.
한 작품도 결코 열등하지 않다. 이 수필 중에서 수를 제한하여 좋은 수필을 선정하라고 하면 나는 자신이 없다. 모든 작품이 하나같이 보석 같은 걸작이기 때문이다.

수필 중에는 청량한 감수성으로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우고 읽었던 수필을 만날 수 있는데
오래된 친구를 갑자기 만난 것처럼 준비되지 않는 감격이다.
바쁜 일상과 세파에 시달려서 잊고 살아온 지나 온 날들이 이 글들과 함께 나를 안타깝게  한다.

이양하의 ‘신록예찬’, 인태원의 ‘청춘예찬’ 정비석의 ‘산정무한’, 피천득의 ‘인연’ 김진섭의 ‘백설부’ 등의 작품을 읽으며, 꿈 많던 시간들을 반추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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