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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무렵 너에게 - 낭만과 사랑은 단순한 순간들에 존재한다
지원 지음 / 렛츠북 / 2022년 9월
평점 :
스물 네 살 청년이 소녀의 풋풋하면서도 풍부한 감수성으로 쓴 글처럼 말랑말랑한 시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독백 같기도 하고, 연서 같기도 한 글들입니다.
저자는 이 글들을 ‘당신’이라는 3인칭 대명사로 표현해 놓아서 독자들이 개별적으로 상관되는 글처럼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합니다.
‘당신’이라는 말은 봄 바람 같기도 하고, 살짝 쑥스럽기도한 말입니다.
꼭 사랑하는 사람이 부를 때처럼 특별한 감정이 배어 있어서 좋습니다. 저자는 이 글을 맺으면서, ‘나의 계절이 되어 줄래요?’하고 요청하는 걸 보면, 어느 특정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상정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각 꼭지 글들은 길지 않습니다. 일기 같기도 하고, 엽서에 쓴 사연 같기도 한 사연들이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조하고 싶은 말이나 꼭 전하고 싶은 말들은 고딕으로 짧게 정리해 주고 있어서 그냥 읽으면서도,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제일 마지막 ‘다시, 봄’에는 1월부터 시작해서 12월에 끝나는 스물 하나의 글들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아마 저자가 이렇게 따로 해 놓은 것은 나름 1년이라는기간을 상기시키려고 구분해 놓은 장치로 보입니다.
저자는 당신이라는 애칭을 붙이긴 했으나,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글이라고 설명합니다.
자신을 소개하고 설명하고, 밝히는 글이랍니다. 그래서 저자는 209쪽에서는 ‘오늘도 저는 제가 가득한 글을 끄적입니다’고 적고 있습니다.
저자의 설명과는 상관없이 내 생각으로는 막연한 사람이 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며 이 글들을 썼겠다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글들은 겉돌고 사실성과 구체성이 떨어진 막연한 글들이 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어느 글 말미에는, ‘p,s honey’라는 이니셜을 써 놓기도 했습니다.
오랜 코로나로 계절의 순환도 잊은 채 무미건조하고 답답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는 때에 이런 책을 읽으니, 잊었던 감수성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