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간직하고픈 필사 시
백석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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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 그러나 엊그제 지나간 힌남노 태풍의 상흔을 입은 이웃들의 가슴 아픈 모습들이 떠 올라서, 계절을 계절답게 느낄 수도 없습니다.

옛날 같으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해서, 독후감을 모집하는 등 독서를 독려하고 권장하는 분위기도 사라진 요즘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삭막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시기에 촉촉한 감성이 어린 시를 만나는 것은 육체적으로 피곤할 때 휴가를 받은 기분입니다. 이 책에는 우리가 잘 아는 백석, 박인환, 김영랑, 김소월, 정지용, 한용운, 윤동주 일곱 분의 시인의 시가 실려 있습니다.

 

이 일곱 분들 중에서 내게는세월이 가면이라는 가사를 지은 박인환 시인의 시를 만나는 것이 뜻밖의 선물 같습니다. 백석이나 정지용 같은 시인의 시도 흔하지 않습니다.

김영랑이나 김소월, 한용운, 윤동주 같은 시인은 잘 알려져 있고, 그들이 쓴 시는 종종 접하고 있어서 반갑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특별히 필사용으로 출판된 시집입니다. 그래서 시인별로 시를 모아서 소개해 주고 있으며, 시를 소개한 한 면에는 예쁜 그림이 그려진 필사를 위한 여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시는 가끔 글씨체가 다르게 적어 놓았는데, 아마 시의 분위기에 맞추거나 변화를 주기 위한 장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시를 필사하기 보다는 이런 메마른 마음을 채우는 시 낭송이 더 시급해서 우선 시를 한 편 한 편 마음에 새기는 마음으로 읊조려 봅니다.

특히 김영랑 시인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시는 학교 다닐 때의 추억도 떠올라서 학창시절로 데려 가기도 하고, 또알또랑 혀에 감기는 어감에 기분이 명랑해지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 하을을 우러르고 싶다와 같은 대목에서는 마치 청소년 시절로 돌아가는 감동도 있습니다. 오늘날 발표되는 시는 약간은 어려운 시가 대부분이고, 율조나 격식을 무시하는 산문체 시가 많아서 이렇게 읽을 것만으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역시 시는 그 시대를 함께 사는 예술임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나이가 나이인 지라 옛 시가 이렇게 좋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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