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가의 노래 - 혼자서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
이고은 지음 / 잔(도서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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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달려가면 길만 보고 달릴수 밖에 없습니다.

속도를 늦출수록 양 옆이나 주위를 둘러 볼 수 있습니다. 이 책 산책가의 노래는, ‘혼자서 거닐다 마주친 작고 소중한 것들이 건네는 위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입니다.

 

작가가 에세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 책에 있는 글들은 시같기도 하고, 짧은 단상같기도 합니다.

이 책에 기록해 놓은 글들은 우리 삶의 작고 소소한 풍경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발견한 것들입니다.

 

마치 작은 풀잎에 내린 영롱한 이슬과 같이, 그냥 스쳐 지나치면 보이지도 않고, 해가 뜨면 사라지고 없어질 것들을 붙잡아서 아름다운 글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그러기에 이런 사소한 것들을 읽으며 아 이런 것들이 있었구나 함께 공감하게 됩니다.

 

이 책에 쓰인 내용들은 이 작가가 아니었다면,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을 법한 귀한 것들입니다. 순간적인 생명력, 지극히 작고 사소해서 있는지도 모르고 스쳐 지나간 존재들에 대한 발견이 그 어떤 값진 것하고도 비교할 수 없이 귀하기만 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 세상 어디에서는 작가가 보고 느꼈던 풍경이 존재했다가 사라지고 있을 것입니다. 춘하추동 사계절이 끊임없이 진행하면서, 피고 지는 꽃들과 나비, 새소리, 나뭇잎, 낙엽, 하얀 눈송이들이 자신들의 삶의 방식대로 세상을 충실하게 살다가 갑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글에 딱 어울리는 예쁜 물감의 그림들이 글들을 잘 받쳐 주고 있습니다.

글들을 읽다가 만나는 그림들이 숲길을 가다가 작은 옹달샘에서 솟아나는 시원한 물을 마실 때에 느끼는 청량감을 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세상임을 인식하게 합니다. 내가 걷고 있는 땅, 흐르는 물, 바람에 흔들리고 나부끼는 나뭇잎들, 하늘의 구름, 바다의 물결, 작디작은 곤충들이 다 충만한 생명력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니, 모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 살면서 살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듯이 살면서 이토록 귀한 존재들을 놓지고 살아 온 날들이 살짝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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