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장례식
박현진 지음, 박유승 그림 / 델피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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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인 아버지와 살아 있을 때는 뭔가 껄끄러운 아들. 그러나 아버지의 장례 절차를 마치고, 아버지가 살아생전 심혈을 기울여 꾸민 천국미술관을 물려받고, 아버지의 유작을 전시하며, 아버지에 대한 묵은 감정을 풀어내는 과정을 담담히 적고 있습니다.

 

화가인 아버지는 일명 4. 3 사건이라고 부르는 불행한 역사의 희생자로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친척의 도움으로 일본에 미술 유학을 마치고 화가로 활동하시게 됩니다. 이런 어두운 환경에서 살다 보니, 성격형성이나 가족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이 책은 화가인 아버지의 그림들과 그 그림들에 대한 화가가 쓴 작업노트를 바탕으로, 화가의 아들인 저자의 생각을 피력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가인 아버지는 나이를 먹어 가면서 독실한 신앙인으로 변모하면서 아들과는 더 거리가 생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사망하고, 장례를 치르고, 그림들과 함께 삶을 돌아 보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사후에 화해하게 되는 따뜻한 부자지간의 정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아버지는 신앙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하드웨어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의 모습들을 그리고, 소프트웨어로는 영적인 모습들을 그리는 화풍으로 변했다고 술회합니다.

 

화가인 아버지는 젊었을 때에는 자신의 고향인 제주의 풍광을 주로 그리다가, 나이를 먹고 정신적으로는 양극성 정동장애, 육신적으로는 암이라는 병을 앓으면서 신앙을 바탕으로 한 그림으로 화풍이 변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정신과 육체의 질병으로 고생하는 7년 동안은 처절하리만큼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워 미술에 전념하였다고 합니다.

 

제대로 주거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지하실에 미술실을 마련하고, 거의 그 공간에 칩거하다시피 하면서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던 것입니다. 작가는 이 책이 누군가에게 마음 치료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작가의 아버지는 서울에 있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했는데, 모교에서 주관하는 현상문예 소설부문에 당선될 정도로 글재주가 있었지만, 현실의 벽에 갇혀서 방황과 절망의 시절을 보내고,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서 미술교사로 호구지책으로 삼았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살아 생전에는 아버지와 화해하지 못하고 산 아들이 아버지의 사후에 화해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봅니다.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이런 관계로 회복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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