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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9세인 쌍둥이 동생, 기혼 여성 작가가 쓴 네 번 째의 책. '문장과 장면들'출판사에서 출판하고, 가랑비메이커가 쓴 단상집입니다.
이 정도가 이 책의 작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29세의 기혼여성으로서, 네 번째 내는 책이라는 요소를 종합해 보면, 풋풋하고 상큼한 글과 인생의 단맛이 배어나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썼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듭니다.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가 날마다 겪어야 하는 점심과 같은 소소한 일상입니다. 마음이 오롯이 정돈된 가을에 읽으면 좋은 내용입니다.
작가는 남들의 시선을 받을 만큼 특별한 것을 싫어하고, 등산을 할 때도 정상까지 오르기 보다는 그저 전망이 확 트이거나 바람이 잘 통하는 산기슭에 오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한두 번 친구들의 따돌림을 당해 보기도 했으나 그 친구들에게 떳떳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졸업을 했으나 졸업 후에는 우연히 따돌림을 했던 친구를 만날 때 사과를 요구할 만큼 당찬 구석도 있는 성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규정하듯이, 에세이집이면서 고백집입니다.
이 두 요소를 합쳐 보면, 일기와 같은 성격의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작가는 나레이션과 독백이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좋은 에세이를 구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책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작가로서의 비젼과 꿈, 그리고 아직은 인생의 쓴맛까지는 이르지 못한 단맛 가득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서 이 책에 다 담지는 못함을 자인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성향은 이 작은 페이지 안에, 매일 같이 가꾸는 내모반듯한 공간에 다 구겨 넣을 수 없는 법(43P)’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작가는 눈부시고 유명한 결과보다는 지난한 과정에 이르는 작은 땀방울과 치열한 노력에 더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외형적인 삶이 아니라 스스로가 여물어지고 단단해져 가는 깊은 내공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기는 스타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바람 잘날 없는 삶이 남겨둔 내래이션을 담았다. 너무도 사소해서 그냥 지나쳐버렸을 장면들부터 오랜 세월이 무겁게 쌓였지만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장면들까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리저리 치이는 그 어떤 순간에도 당신을, 당신의 삶의 엑스트라로 밀어두지 않을 것’을 요청하고 있음을 볼 때,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당당히 살아갈 것을 바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로 구겨지고 짓밟히고 내 팽개쳐지고 있는 듯한 일상을 당당히 살아가라고 권고하는 듯한 뉴앙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코로나 팬데믹이 집요하게 우리를 힘들게 하더라도 물러서지 말고 이겨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