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 서울셀렉션 시인선 1
류미야 지음 / 서울셀렉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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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선가 시는 사물의 원리와 본질을 쓰는 것이라는 의미의 글을 읽을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시를 좋아하고, 즐겨 읽고 있지만, 그냥 시는 미사려구나 읽기에 편한 율조가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시에 대한 핵심을 알고는 오히려 시를 어렵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류미아 시인의 이 시들을 읽으며, 단어를 선택하는 마술사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분은 고등학교 교사라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쉽지 않은 일상에서, 이토록 절제와 여백의 미와 원리와 본질에 충실한 시들이 눈부시도록 빛나기만 합니다.

 

책을 펼치니, 정성이 뚝뚝 떨어지는 검은 먹물로 제 이름을 써서 증정해 주셨는데, 너무 따뜻한 배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 시집의 제목, ‘아름다운 것들은 왜 늦게 도착하는지는 시인의 그래서 늦는 것들이라는 시의 첫 소절을 차용한 것입니다.

 

저자가 선생님이 되어서 걸어 온 길을 따라가 보면, 모두 바다가 있네요.

해남과 여수와 남해, 학교가 위치하는 곳은 다를지라도 황혼에 서는 붉은 빛은 모두 남쪽바다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어느 가곡의 가사처럼, ‘내 고향 남쪽 바다를 그리워하며 사는 제게, 귀에 익은 파도소리, 눈에 선한 노을빛, 어스름 달빛이 팔월, 소낙비의 시어처럼, ‘불현듯, 벼락같은 그리움에 눈물 왈칵 쏟아질 듯 합니다. 그곳에는 시인이 목련 나무 그늘에 서서 보았던, ‘땅속의 발가락까지 꼼지락대고 있을 한낮을 나도 언젠가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작년 봄이 금년의 봄이 아니듯이, 시인이 본 목련 나무가 내가 본 목련 나무일리는 없지만, 그리움이란 항상 오지랖이 넓고, 우물처럼 깊어지는 속성이 있어서, 시인이 레 미제라블의 시에서 차용한, ‘날아 든 돌멩이가 뾰족할수록 말여, 맞은 놈 설움이자 갑절 더한 벱이제와 같은 차진 남도 사투리가 나도 모르게 입술을 간질이네.

 

코로나로 마스크로 입을 봉하고 사는 시절, 시인의 시어처럼, ‘미리 입어 본 수의(壽衣)’처럼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고 꼴사납지만, 삶이란 이렇게 궁상맞으면서도 살아가야 할 숙제이기에, 오늘도 시인의 죽음을 살아 보면서 비로소 살아 있는깊은 철학의 사유를 함께 공유해 봅니다.

 

시인의 시들은 반전이 탁월합니다. 이는 2019년 올해의 시조집상과 2020년 중앙시조신인상을 수상 이력이 말해 주듯이 시인의 뿌리는 시조라서 유독 절제의 미가 돋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듯이 생활도 답답한 때에 귀한 시를 읽으며, 잠시라도 힐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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