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 집콕족을 위한 대리만족 역사기행
박시윤 지음 / 디앤씨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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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에세이라는 귀한 장르의 글입니다.

[잇대고 잇대어 일어서는 바람아]. 제목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남한의 북쪽 끝단 강원도 고성을 시작으로 남쪽 끝단 부산에 이르기까지, 동해안을 따라 2년 동안 둘러 본 절터 가운데 동해안 7번 국도변에 있는 절터 25곳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 중에는 휴전선 이북에 있는 두 개의 절터를 부록으로 첨부하고 있습니다.

 

지은이 박시윤. 사진이 없어서 작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고, 2011년 목포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하기에, 고향이 그쪽 분인지 알았습니다. 그리고 책에 가득한 글들이 시인 듯 산문인 듯 너무 좋은 글이어서, 부분 부분 필사를 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분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을 알기 위해서 네이버를 서핑했더니, 이분의 고향은 대구이고, 두 아들을 둔 자녀를 둔 여성입니다. 이 분은 이미 제2회 경북 이야기보따리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13회 중봉문학상 부음으로 우수상을 받았으며, 18회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으로 당선되기도 했음을 확인하였고, 그 작품들을 읽는 선물의 덤도 받았습니다.

 

작가의 말을 빌리면, ‘있었으되 사라진 곳, 오래되고 낡은 것, 허물어지고 쇠락한 것을 찾아다니는 고행은 여성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라 이 책의 작가가 당연히 남자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정표나 표식도 없는 옛 절터를 찾아 나서는 일은 특심한 불심이 있거나 불교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작가는 불제자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녀가 이런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잡지에서 우연히 보았던 눈을 흠뻑 뒤집어 쓴 채 눈보라 속에 서있던 탑 하나의 사진이었다고 합니다. 그 사진이 주는 어떤 쓸쓸함과 충만함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고 술회합니다.

 

이 책의 글들과 사진에는 작가의 가뿐 호흡과 땀 냄새가 배어 있습니다.

작가는 그 유서 깊은 절터를 찾기까지의 고행과 감상, 분위기 등을 그 절에 얽힌 역사와 함께 섬세하게 소개하고 있어서 귀한 역사의 한 페이지까지 알게 됩니다.

 

돌탑과 석등재 이끼 낀 기와장 부스러기, 돌무덤, 잡초로 우거지고 허물어져 형체도 알 수 없는 절터를 찾기 위한 고행은 또 다른 수행이라고 할만 합니다. 작가는 아니라고 하지만, 불교에 대한 애정이나 특별한 관심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짐작하기로는 단순히 작가는 폐사된 절을 찾은 것에 멈추지 않고, 그 절을 다시 글을 통해서 세상에 알리고, 그 절이 다시 역사 속에 화려하게 우뚝 세우고자 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글들은 시작하면서, 절터와 제목을 달았고, 절의 위치를 표시해 주는 친절함까지 꼼꼼하게 배려해 주고 있어서, 혹 직접 찾아 보고 싶은 분들은 좋은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주옥같아서 다 가슴에 새겨 두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냥 눈으로만 읽는게 아니라 뇌에 새기고, 손으로는 필사를 하다보니, 책을 읽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럼에도 그냥 좋습니다.

 

필사를 해도 마음에 남는 게 없으니, 어차피 이 책은 끈끈한 인연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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