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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를 읽는 오후 네 시 ㅣ 애지시선 95
최은별 지음 / 애지 / 2021년 3월
평점 :
2017년 <문예 연구> 신인상 시 부문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 번째 시집입니다. 시인으로서 그리고, 첫 번째 시집이라는 의미가 부여된 책이라 시인의 감회는 남다르리라 짐작해 봅니다.
이 시들에 대한 인상은 솔직히 약간은 생경하기도 합니다.
이는 기존의 시들에 익숙한 경험이 그런 생각을 갖게 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주로 김소월 시류의 정서나 리듬에 익숙해 져 있어서 더 드런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주로 서사시입니다. 길이도 길고, 비정형화, 서술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시집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시인의 시로 되어 있고, 2부는 문신 시인의 해설로 되어 있습니다.
내 경우, 이 해설이 없었다면, 시를 깊게 그리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인데, 문시인의 해설이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뒤표지에는 김정배 문학평론가의 평론도 또 다른 참고자료가 됩니다. 이 시집의 제목, ‘네 시를 읽는 오후 네 시’는 ‘시(詩) 와 시(時)’를 한꺼번에 관통하는 자기 고백적 실어(失語)에 가까운 언술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시어에는 ‘당신’이라는 2인칭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자기동일성을 유지한 채 자기로부터 연장된 자기를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친절한 해석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 시인의 대표작이라고 생각되는 ‘네 시를 읽는 오후 네 시’의 시는 시인인 자신보다 더 시인처럼 살고 행동하는 ‘숨 없는 너’를 만나러 가는 것임을 볼 때에 사자(死者)에게 바치는 헌시인 듯합니다.
‘너는 시를 쓴 적 없어도 항상 시인이었다’의 표현으로 미루어 보아, 그 사자의 삶은 시처럼 아름다웠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 책 까만 속 표지에 하얀 글씨로 써 있는 저에게 주는 덕담이 시인의 따뜻한 마음을 어루만지게 합니다.
서평의 지면을 통해서 고마움을 전하며, 더욱 정진 하시기를 기원해 봅니다.